통영농협조합원행동(공동대표 신종원, 이하 조합원행동)이 26일 오전 통영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철진 통영농협 조합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조합원행동은 MBC PD수첩 보도를 계기로 이날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직원 사적 동원, 인사 특혜, 법인카드 유용, 골프 회원권 구입 등 네 가지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이에 대해 통영농협은 같은 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의혹 대부분에 대해 반박했다.
조합원행동은 앞서 지난 2월에도 농협의 34억 8,000만 원 손실을 규탄하며 조합장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이번 기자회견은 PD수첩 보도 이후 이뤄진 두 번째 공개 행동이며, 형사 고발 조치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 조합원행동의 결성 경위
신종원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단체 결성의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지난 1월 2025년도 결산총회 소식을 접하고 34억 8,000만 원의 손실 규모를 알게 된 조합원들이 결산총회에 방청 참석을 시도했으나, 30여 분의 실랑이 끝에 거부당했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53년 결산 역사 동안 단 한 번도 적자가 없었던 통영농협이 처음으로 거액의 적자를 냈고, 그 손실은 조합원 사업준비금의 61.5%를 상각하는 방식으로 메워졌다"며 "1,000만 원을 적립해둔 조합원이라면 615만 원을 빼앗긴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원으로서 당연히 총회에 방청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부당하면서, 이를 알려야겠다는 뜻에서 단체가 결성됐다"고 밝혔다. 현재 조합원행동의 회원 수는 약 40명으로, 전체 조합원 1,400명의 약 2.8%에 해당한다.
■ 의혹 ① 직원 사적 농장 동원
▶ 조합원행동의 주장
조합원행동은 조합장이 직원들을 근무 시간 중 자신의 블루베리 농원과 며느리 소유의 시금치·양배추·옥수수 밭에 동원해 농작업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문제가 일회성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졌으며, 신분이 취약한 비정규직 직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그런 직원들이 조합장의 부당한 지시에 항의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렇게 수확한 농산물이 하나로마트에 납품돼 고객 사은품으로 사용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신 대표는 "다른 조합원들이 수확 철마다 판매처를 못 찾아 고심하는 상황에서 조합장이 자기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농산물을 마트에 납품시키고 2026년도 사업계획서에도 이를 반영시켰다"고 비판했다.
▶ 통영농협의 입장
통영농협은 "자체 감사 및 직원 자필 경위서 확인 결과, 조합장의 강요나 정규직 전환을 빌미로 한 압박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업무 종료 후 또는 배달 업무 중 현장을 우연히 목격한 직원들이 5~20분간 자발적으로 일손을 도운 것이라는 설명이다.
▶ 질의응답에서 나온 내용
기자회견 현장에서 신 대표는 농협 측의 '자발적 참여' 주장에 대해 "농협중앙회 감사팀이 지난 주 월·화·수 사흘간 방문해 직원들로부터 진술서를 받았는데, 어떻게 유도를 했는지 모두 자발적으로 갔다고 했다."며 의구심을 표명했다. 그는 "평일도 있었고 휴일도 있었으며 한두 번이 아닌데, 그 해명이 납득이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 의혹 ② 인사 특혜 — 며느리 채용·인사 트레이드
▶ 조합원행동의 주장
PD수첩에서 제기된 '인사 트레이드' 의혹은 고성농협 조합장의 딸과 통영농협 조합장의 아들을 서로 맞바꿔 채용했다는 내용이다. 신 대표는 며느리 채용 과정에 대해서도 "당시 농협 근무 경력이 전혀 없는 며느리 후보가 채용되고, 경력 있는 다른 지원자는 탈락했다"며 "나중에 며느리가 된 게 아니라 채용 당시 이미 며느리 후보로 다 알려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 통영농협의 입장
농협 측은 2019년 경남지역농협인사업무협의회의 정당한 상호 인사 교류였다고 밝혔다. 조합장의 아들은 해당 인사 교류보다 1년 앞선 2018년 공개 채용으로 이미 입사한 것이어서 고성농협 조합장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과거 며느리 채용 건은 2018년 검찰 조사에서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했다.
▶ 질의응답에서 나온 내용
기자회견 도중 한 기자가 "조합 측 해명에 따르면 큰며느리는 고성농협에 먼저 재직하고 있었고, 통영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직원이 생기자 경남본부가 고성의 그 직원을 통영으로 배치한 것이라고 한다."고 해명 내용을 소개했다. 이에 대해 신 대표는 "그렇게 해명을 하겠지만, 며느리 후보라는 게 이미 다 알려진 상황이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한편 "둘째 며느리는 현재 퇴사했다"는 기자의 언급에 대해 신 대표는 "방송 보도 이후 구설수에 오르자 퇴사한 것 같다."며 "방송 당시에는 재직 중이었다"고 밝혔다.
■ 의혹 ③ 법인카드 사적 사용
▶ 조합원행동의 주장
업무용 법인카드를 가족 여행 경비에 사용했다는 의혹이다. 신 대표는 "법인카드 사용 일자와 며느리의 SNS 여행 게시물 일정이 정확히 일치해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것이 일회성이 아니라 그 전후에도 반복됐을 개연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 통영농협의 입장
농협은 해당 지출이 "온라인 판매 사업 확대를 위한 거래처 협의 과정에서 발생한 업무 추진 비용"이라고 밝혔다. 가족 동반 등 절차상 미흡함은 인정하며, 지난 4월 해당 금액 전액(162만 7,700원)을 자진 환입 처리했다고 했다.
▶ 질의응답에서 나온 내용
한 기자가 "조합 측에서는 속초 납품처와의 업무 출장에서 가족이 동반된 것이고, 법인카드로 쓴 금액만큼을 현금으로 반납했다고 한다."며 농협 측 해명을 소개했다. 이에 신 대표는 "문제가 돼서 방송이 나오니까 그렇게 한 것 아니겠느냐"며 면피성 조치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 의혹 ④ 골프 회원권 구입
▶ 조합원행동의 주장
2024년에 고성 노벨CC와 거제 뷰CC 등 두 골프장에서 회원권 3개를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신 대표는 "2024년은 이미 2025년도 적자의 조짐이 보이던 경영 어려운 시기였는데, 농촌 지역의 소규모 농협이 골프 회원권을 3개나 구입한 사례가 전국에 몇이나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농협 측은 고액 거래 고객과의 유대 강화를 위한 업무 추진 목적이었다고 해명했으나, 신 대표는 "구입 자체를 인정하더라도, 실제 이용자와 동반자, 사용 목적, 업무 관련성, 사용 승인 여부 등에 관한 기록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는 것이 방송에서 확인됐다."며 "사적 이용이 의심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 통영농협의 입장
농협은 "2024년 사업계획과 이사회 승인 절차를 거쳐 대고객 사업 추진 목적으로 적법하게 구입·사용됐다"고 밝혔다.
■ 34억 8,000만 원 손실 — 원인 해석 둘러싼 이견
이날 질의응답에서는 적자 원인을 놓고 의견 충돌이 있었다. 한 기자가 "적자 내용을 보면 약 47%가 조합원 대출 부실에 기인한 것 아니냐"며 방만 경영보다는 구조적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물었다.
이에 신 대표는 "대출에는 일정 부분 연체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순수 농업인 조합원들이 35억 규모의 적자를 낼 만큼 대규모 대출을 일으키는 경제 활동을 할 여력이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농협 측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담보 가치 하락과 금융당국의 강화된 기준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의 영향"이라고 밝히고 있다.
신 대표는 "53년 결산 역사에서 한 번도 적자가 없었는데 조합원 지분을 건드려 적자를 메우고서 조합이 건강해졌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궤변"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 향후 계획 — 형사 고발 준비 중
조합원행동은 네 가지 의혹에 대해 형사상 책임을 묻기 위한 고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신 대표는 "방송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추가 근거를 보완하고 있으며, 자료 확보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수사 당국의 인지 수사 여부는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또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조합장 퇴진 운동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경고하며, ▲황철진 조합장의 즉각 사퇴 ▲관련 의혹에 대한 성실한 수사 협조 및 법적 책임 이행 ▲농협 내부 감시·윤리 시스템 전면 재정비를 공식 요구 사항으로 제시했다.
■ 정치적 맥락 관련 질문도 제기
기자회견 도중 한 기자는 "2027년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현 조합장의 4선을 저지하기 위해 전임 조합장과 협력해 조직적으로 행동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직접 제기했다. 첫 번째 기자회견에 전임 조합장 K씨가 동석했다는 점도 그 근거로 언급됐다.
이에 신 대표는 "그렇게 제기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거액의 손실로 조합원 개개인에게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했는데 가만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답했다. 그는 "그런 오해까지 일일이 해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신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말미에 "통영농협은 조합원만의 재산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오랜 기간 이용해온 공공적 성격의 기관"이라며 "일반 시민들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