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정광호 통영시의원 "시녀가 아닌 독자적 입법부로 서는 길“
    • 여야 협치로 의회 자존심 세워야… "그것이 지역 삼권분립의 시작“

    • 새벽 조선소로 향하는 오토바이 행렬, 텅 빈 수협 위판장, 그리고 사흘 앞으로 다가온 의장 선거. 정광호 통영시의원(3선)을 만나기로 한 자리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그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던졌던 질문들이었다. "통영시의회가 시민의 의회입니까, 아니면 외부 정치의 하부 기관입니까." 그 질문 뒤에 어떤 생각이 있었는지, 육성으로 더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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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1.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외부 정치 책임자의 지시에 따라 의장 선거 구도가 흔들리는 상황에 대해 "통영시의회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며 강하게 비판하셨습니다. 의원님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 하시는 '외부 간섭 없는 시의회다움'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며, 이것이 왜 지방자치의 기초가 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가 실시된 이후, 통영시의회의 일당 독식 구조가 깨지기 시작한 것은 8대 시의회에 5명의 민주당 의원이 입성해 양당 체제가 가시화되면서부터입니다. 그러나 이어진 9대 시의회에서는 9대 4라는 압도적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의회 본연의 책무인 '견제와 균형'이 사라지고, 집행부의 뜻에 순종하는 의회로 전락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목도해야 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통영시민들께서 만들어주신 '민주당 7석, 국민의힘 6석, 무소속 1석'이라는 의석 분포는 매우 준엄한 명령입니다. 어느 한쪽에도 힘을 몰아주지 않은 이 절묘한 배분은 곧 "견제하되 발목 잡지 말고, 경쟁하되 갈등하지 말며, 대립보다 협력을 통해 그 혜택을 온전히 시민에게 돌려주라"는 뜻입니다.

      이에 부응하고자 저희 민주당 최미선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진정성 있게 합의를 이루어냈고, 의석 배분까지 마친 후 이를 시민들께 알리는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협치는 이른바 '상부의 지시'라는 부당한 개입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파기되는 황당한 사태를 맞았습니다.

      우리 시민들이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흘리는 땀방울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 목소리를 시정 정책에 오롯이 담아내는 것이 바로 생활정치를 하는 시의원의 진짜 역할입니다. 당론이라는 미명 하에 중앙정치나 상부의 지시에 따라 의회가 움직인다면, 이는 중앙정치에 대한 예속일 뿐 지방분권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진정한 지방분권과 풀뿌리 민주주의는, 외부의 간섭을 끊어내고 오직 통영시민의 목소리만을 시의회에 담아낼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확신합니다.
      Q2. 국회에서는 협치를 외치면서 지역에서는 일방주의를 방치하는 것을 '정치적 편의주의'라고 꼬집으셨습니다. 시청(행정부)이라는 거대한 권력을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 우리 시의회가 먼저 확보해야 할 최소한의 독립성과 위상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저는 시의원의 정당공천제를 없애야 한다는 점을 여러 언론을 통해 꾸준히 말씀드려 왔습니다. 현재 국민의힘 원내 중책을 맡고 있는 우리 지역 정점식 국회의원께서, 언론에서는 줄기차게 민주당과의 협치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관할 지역구에서는 협치를 가로막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의회의 권위와 위상은 중앙당에서 내려주는 공천장이나 당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시의회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다름 아닌 '현장성'입니다.

      매일 새벽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조선소로 향하는 노동자들을 만나고, 섬마을 주민들의 불편함을 직접 듣는 이유는 바로 그곳에 행정의 빈틈이 있기 때문입니다.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길어 올린, 땀방울 섞인 생생한 데이터만이 집행부의 탁상행정을 날카롭게 지적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집행부가 감히 무시할 수 없는 시의회의 진정한 위상을 만들어 냅니다.

      결국 시의회가 확보해야 할 최고의 위상은, 그 어떤 중앙당의 지시보다 통영시민의 목소리를 가장 두려워하고 최우선으로 삼는 태도 그 자체라 할 것입니다.

      Q3. 지난 의회들을 돌아보며 "어느 한 정당이 의장과 상임위원장을 독식했을 때 의회의 기능이 약해졌다"고 통렬히 반성하셨습니다. 한 정당이 의회를 통째로 쥐고 있을 때, 역설적으로 시청(행정부)을 견제하는 의회 본연의 역할에는 어떤 치명적인 한계가 발생하던가요?

      일례를 들어본다면 산양파크골프장 부지 선정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을 했는데 집행부 안을 다수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적극 찬성을 하고 소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산양스포츠파크 주변 부지를 이용하면 기존의 인프라인 화장실과 주차장을 따로 짓거나 만들지 않아서 스포츠파크의 활용성과 예산의 효용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항변했음에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식으로 몰아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의회 안에서 자유로운 토론이 벌어지고 생산적인 결론을 도출해야 함에도 당론이라는 이유로 한쪽으로 몰아가는 행태가 비일비재했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화와 숙의의 단절입니다.

      지방의회는 중앙정치와 달리 거대 이념이 아닌, 시민의 피부에 닿는 생활 정치를 하는 곳입니다. 특정 정당의 독점은 필연적으로 오만과 불통을 낳고 그로 인한 예산 낭비와 피해는 고스란히 통영시민의 몫으로 돌아갑니다. 시민의 목소리가 의회 내에서 온전히 힘을 발휘하고 시정을 올바르게 이끌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의 독식이 아닌 건강한 견제와 균형이 반드시 회복되어야 합니다.
      Q4. 결국 의회가 행정부의 시녀나 들러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여야가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번 원구성에서 의원님이 그토록 강조하시는 '여야가 책임을 나누는 협치의 선례'를 남기는 것이, 향후 통영시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지속 가능한 힘'을 갖추는 데 왜 결정적인 전통이 된다고 보십니까?

      제가 지난 8년간의 의정 활동을 거치며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은, 의회 내부가 원구성 문제로 반목하고 분열할 때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결국 집행부라는 사실입니다. 의회가 여야로 나뉘어 소모적인 갈등에 매몰되면, 본연의 역할인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은 마비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간 시의회에서도 원구성을 둘러싼 갈등과 파행이 반복되는 뼈아픈 악습이 있었습니다. 이번 10대 의회에서 여야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책임을 나누는 협치의 선례를 남겨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의회가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 하나 된 목소리를 낼 때, 비로소 행정부를 향해서도 단호하고 일관된 견제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즉, 이번 원구성에서의 협치는 단순한 자리 나누기가 아니라, 의회가 행정부의 시녀로 전락하지 않고 오직 통영시민의 민생만을 바라보며 나아가기 위한 '제도적 방파제'를 쌓는 일입니다. 이번 기회에 오랜 구태를 완전히 끊어내야만, 향후 어떤 쟁점이 발생하더라도 시의회가 흔들림 없이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견제 권한을 행사하는 새로운 지방의회의 표준을 세울 수 있습니다.

      Q5. 최근 무소속 의원의 행보로 인해 의회가 '7대7'의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7대7이 되면 여야 합의 없이는 안건 처리가 불가능하므로 오히려 완벽한 협치 구조가 아니냐는 견해도 있는데, 의원님은 왜 이 인위적인 구도에 동의하지 않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억지로 맞춘 듯한 동기부터 불순합니다. 7대7 구도를 완벽한 협치 구조로 바라보는 시각은 현실정치가 가진 역동성과 리스크를 간과한 기계적 낙관론에 가깝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양당의 합의 없이는 아무것도 통과시킬 수 없으니 협치가 강제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전혀 다르게 흘러갑니다. 7대7이라는 구도가 완벽한 협치를 보장한다는 것은 현실을 간과한 환상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작은 이견 하나로도 의회 전체가 마비되는 대치 정국을 낳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7대7이라는 양적 구조에 의회를 가두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저는 강력하게 말씀드립니다.

      Q6. 그렇다면 시민들께서 지방선거를 통해 만들어 주신 '민주당 7, 국민의힘 6, 무소속 1'이라는 절묘한 구도에는 어떤 무거운 명령이 담겨 있다고 보십니까? 이 민의를 있는 그대로 지키는 것이 왜 꼼수나 자리 정치를 넘어선 '진정한 책임정치의 시작'인지 설명해 주십시오.

      선거 결과는 시민들이 수개월간 고민 끝에 내린 최종 판결문입니다. 인위적인 야합이나 줄 세우기로 의석수를 바꾸는 것은 유권자의 투표행위를 사후에 조작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처음에 부여받은 7:6:1이라는 조건 속에서 정정당당하게 정치를 펼치는 것이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책임입니다. 그리고 이 절묘한 구도는 정치인들에게는 가장 일하기 까다로운 환경이겠지만 시민들에게는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견제 장치입니다. 시민이 정해준 룰 안에서 오직 설득과 논리로 승부하는 책임정치, 그것이 바로 이 구도가 우리 시민들이 던지는 무거운 숙제이자 명령입니다.

      Q7. "국민의힘이 독식할 때 잘못이었다면, 민주당이 독식해도 잘못이다. 원칙은 우리 편에게도 적용해야 힘을 갖는다"는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일관된 원칙을 지키기 위해, 민주당의 3선 의원이자 중진으로서 먼저 내려놓거나 감수할 각오가 있으신지 묻고 싶습니다.

      원칙의 잣대가 상대에게는 서슬 푸른 면도칼을 대고 내 편에게는 이빨 빠진 부엌칼을 들이대는 것처럼 들쑥날쑥이라면 대중의 신뢰를 잃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영의 논리에 갇히지 않고 똑같은 잣대를 적용할 때 비로소 특정 정당의 지지자가 아닌 시민 전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오직 우리 시민의 이익이 어디에 있는지를 최우선으로 보고 판단하는 현장 중심의 정치를 해나가겠습니다. 당리당략이나 정파적 이익이 시민의 삶보다 앞설 수는 없습니다. 매일 새벽 주민들의 삶의 터전에서 정답을 찾듯, 진영의 벽을 넘어 오직 시민만을 바라보는 일관된 원칙을 저 자신부터 철저히 지켜내겠습니다.

      Q8. 인구 감소와 고령화, 수산업 위기 등 통영의 현안이 산적해 있습니다. 의회가 감투 싸움에 매몰되지 않고 정책 중심의 의회로 나아가기 위해, 동료 의원들과 통영시민들께 던지고 싶으신 마지막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오늘도 새벽에 나와 동네 한 바퀴를 하며 주민들을 만나고 수협 위판장을 돌아보며 현재 우리 통영의 녹록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며 고민이 깊었습니다. 비어 있는 수조 안과 휑한 위판장의 풍경은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우리 통영의 심장이 서서히 멎어가는 듯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지금 통영의 위기는 의회 안의 말잔치나 자리싸움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정답은 현장에 있다는 믿음으로 동네 한 바퀴를 달리고자 합니다.

      현장을 모르는 정책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합니다. 눈앞의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발로 뛰며 찾아낸 대안과 정책으로 우리 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말이 앞서는 정치가 아닌 행동하는 시의원의 모범이 되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자 위판장 쪽에서 새벽 어시장의 흔적이 채 가시지 않은 바람이 불어왔다. 그가 거듭 꺼낸 단어는 "현장"이었다. 시의회의 위상도, 원칙의 일관성도, 결국 그 근거를 새벽 조선소와 텅 빈 수조 앞에서 찾고 있었다. 그 원칙이 실제 원구성 과정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는, 사흘 뒤 의사당의 표결이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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