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통영시의원들과 정광호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민의힘과 합의했던 협치안이 지난달 30일 아침 일방적으로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이 회견만 보면 그림은 단순하다. 민주당은 지키려 했고, 국민의힘은 깼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며칠간의 정황을 순서대로 다시 늘어놓으면 다른 그림도 보인다. 지역 취재기자단 사이에서는 이런 시각도 나온다.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지난달 24일 T신문은 의장단 구성을 둘러싼 여러 시나리오를 균형 있게 소개하는 기사를 냈다. 닷새 뒤인 29일, 같은 T신문에 '정광호 의원 사실상 선출'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이 기사에는 당시 논의되던 협치 합의의 구체적 내용도 함께 실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 기사는 지금 접속하면 관리자 검토 중이라는 안내와 함께 비공개 상태로 남아 있어, 실제로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현재로서는 직접 확인이 어렵다. 이튿날인 30일 아침, 민주당 측 설명에 따르면 국민의힘으로부터 협의 취소 통보를 받았다. 같은 날 국민의힘과 무소속 전병일 의원 사이의 협력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 이틀 뒤인 7월 1일 전병일 의원은 국민의힘 노선 재합류 의사를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이 이를 받아들일지, 실제 재입당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시 하루 뒤인 2일, 민주당 측이 협치 파기를 규탄하는 회견을 열었다.
이 순서를 근거로 이런 해석이 나온다. 애초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제안한 '협치'는 상징적인 자리 한두 개만 내주고, 의장직과 주요 상임위원장 같은 실질적 권한은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영시의회의 집행부 견제 기능은 사실상 다수당 중심으로 흘러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구상이 29일 '정광호 의원 사실상 선출'이라는 단정적 제목의 보도로 미리 새어나갔다. 이 보도가 국민의힘 지지층의 반발을 불렀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협상안의 실질을 다시 따져본 끝에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 이 해석의 골자다. 이 흐름이 맞다면, 2일 회견에서 민주당이 밝힌 "합의가 일방적으로 파기됐다"는 말은 사실관계 자체는 틀리지 않을 수 있다. 다만 그 합의의 실질이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힐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짚어볼 대목이 하나 더 있다. 전병일 의원이 국민의힘 재합류 의사를 밝히면서 7대7 구도가 가능해졌다. 이 구도는 어느 한쪽도 상대 동의 없이는 안건을 관철할 수 없다. 형식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 그동안 내세워온 '협치의 정치를 하라'는 시민의 명령에 가장 가까운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 구도도 비판했다. 협치를 요구해온 쪽이 정작 협치가 구조적으로 보장되는 결과 앞에서 왜 환영이 아닌 비판의 입장을 취하는지, 적어도 2일 회견문만으로는 분명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물론 민주당 쪽에서 나올 법한 반론도 있다. 문제 삼는 지점이 7대7이라는 결과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른 과정—중앙 정치인의 개입 여부와 사전 합의 파기 경위—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그렇다면 구도 자체에 대한 비판과 협치 원칙에 대한 지지는 논리적으로 함께 갈 수 있다. 다만 그렇다면 회견에서 이 구도가 가진 견제 효과는 따로 언급하지 않은 채, 무소속 의원 영입 자체를 '구태 정치'로 규정한 대목은 설명이 조금 부족해 보인다.
다만 이 해석에는 최근까지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6월 29일 무렵 논의되던 합의안에서 실제로 어떤 자리가 어느 쪽에 배분될 예정이었는지, 그동안 양측 모두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 빈틈을 메우는 주장이 3일 나왔다. 전 통영시장 예비후보 심현철 씨가 이날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자신이 전해 들은 협의 내용이라며, 의장과 산업건설위원장, 기획행정위원장은 민주당이 맡고 부의장과 의회운영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는 안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배분을 두고 "실효적인 자리는 민주당이 독차지하고 형식적인 자리만 국민의힘에 던져주는 것"이라며 협치가 아닌 꼼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민주당 시의원들이 정점식 의원을 겨냥해 제기한 밀실정치 주장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를 대라고 요구했다. 자신의 문제 제기는 이미 사전에 국민의힘 측에 전달됐다고도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이 배분 내용은, 앞서 T신문의 29일자 기사에 함께 실렸던 것으로 전해지는 합의 내용과 같은 것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그 기사가 비공개 상태인 만큼 지금 단계에서 둘을 직접 대조해 확인할 수는 없다.
심현철 씨가 전한 배분안이 사실이라면, 앞서 짚은 두 갈래 해석 중 하나에 상당히 힘이 실린다. 의장직에 더해 예산·개발 사업을 직접 다루는 산업건설·기획행정 위원장 자리까지 다수당이 갖고, 소수당에는 부의장과 운영위원장 같은 절차적 자리만 돌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앞서 짚었듯 부의장이나 운영위원장이라는 직함은 안건 표결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자리를 나눴다는 형식만 남고, 예산과 개발 사업을 실제로 심사할 권한은 그대로 다수당에 남는 셈이다. 다만 이 배분안은 어디까지나 심현철 씨가 전해 들었다는 내용이다.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거나 부인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결론은 분명하다. 이름만 협치이고 실질은 다수당의 독주인 구도는 걸러내야 한다. 그것이 지방의회를 지켜보는 이들의 본연의 임무다. 협치라는 명목이 견제와 감시라는 의회 본연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통로가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6월 29일 무렵 논의된 합의안의 세부 내용을 양측이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 그것이 이번 논란을 '깨진 신의'의 문제로 남길지 '위장된 독식'의 문제로 남길지를 가르는 마지막 절차다. 그리고 그 결과와 무관하게, 앞으로의 원구성 과정은 자리의 숫자가 아니라 표결력의 실질을 기준으로 감시돼야 한다.
[통영언론인협회 공동분석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