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통영시장 선거 개표가 치러진 평림동 통영체육관. 1층 바닥에는 개표 테이블이 늘어서 있었고, 기자석을 둘러싼 스탠드로 올라가는 문에는 하나같이 "폐쇄"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기자석 좌우와 뒤편으로 이어지는 관람석, 그 모든 출입문이 닫혀 있었다. 본부석 쪽 스탠드는 기자석에서 접근할 수 없는 반대편 위치라 직접 확인이 어려웠으나, 그쪽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인물 두세 명이 드나드는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기자들은 그들이 누구인지 궁금해하며 사진을 찍어뒀고, 선관위 직원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기자석은 본부석 맞은편 끝, 탁자로 구획된 1층 바닥 한 귀퉁이에 마련돼 있었다. 그 위치에서 개표 테이블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과 멀리 본부석의 윤곽 정도는 보였지만, 개표 전 과정을 한눈에 조망할 방법은 없었다. 기자석이 스탠드 관람석에 마련됐더라면 달랐을 것이다. 높은 곳에서 개표장 전체를 내려다보며 촬영하고 기록할 수 있었을 테니까. 개표 현장을 감시하는 눈으로서 기자가 제 기능을 하려면 바로 그 자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자리는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었다. 더하여 이날 통영체육관에서는 와이파이 연결조차 되지 않아 기자들이 실시간 기사 송고에 애를 먹었다.
공직선거법은 개표 과정을 시민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길을 두 갈래로 열어두고 있다. 하나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추천하는 개표참관인이고, 다른 하나는 이해당사자가 아닌 일반 시민도 신청을 통해 구획된 장소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볼 수 있게 한 일반관람 제도다. 법 제181조 10항은 일반인도 관람증을 받아 개표상황을 관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스스로도 이 제도를, 선거의 이해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개표 현장을 볼 수 있게 하는 장치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번 통영체육관에서 이 제도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한 언론사 기자가 사전에 선관위를 방문해 일반관람증 2장을 받아뒀지만, 당일 현장에서 일반관람증 출입은 허용되지 않았다. 일반관람석은 아예 마련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그 기자는 대신 보조기자 몫으로 2명을 기자석 구역에서 관람하게 해주는 방식으로 상황을 수습했다. 선관위가 사전에 발급한 관람증을 당일 현장에서 스스로 무효화하고, 그 빈자리를 언론사의 임기응변이 메운 것이다.
이 방편이 제도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언론사의 선의와 재량에 기댄 것이라서, 다음 선거에서 그 통로마저 막힌다면 시민이 개표 현장에 발 들일 길은 완전히 사라진다. 법이 보장한 일반관람 제도를 제대로 알리고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운용하는 일은 선관위의 몫이지, 언론사의 임기응변에 미루어 둘 일이 아니다.
이 모든 변화가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코로나19 유행 당시에는 방역을 이유로 본부석 뒤쪽 스탠드 일부에만 출입이 허용됐다. 방역이라는 명분은 분명했다. 그런데 코로나가 잦아든 지금, 그때 열려 있던 스탠드마저 사실상 봉쇄로 돌아섰다. 방역의 이유가 사라진 자리에 더 강한 통제가 들어선 것이다. 무엇이 그 자리를 대신했는가.
여기서 선관위의 해명을 짚지 않을 수 없다. 취재 후 통영시선거관리위원회 담당자에게 문의한 결과, 담당자는 일반관람은 당연히 허용됐으며 당일에도 관람증을 받아 개표를 관람한 시민이 있었다고 밝혔다. 본부석 인근에서 목격된 두세 명의 인물이 바로 그 일반관람인이라는 설명이었다. 문이 폐쇄되어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담당자는 문들이 폐쇄되어 있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앞서 확인한 대로 일반관람석은 당일 현장에 마련조차 되지 않았고, 사전에 발급된 일반관람증은 현장에서 무효화됐다. 그런 상황에서 본부석 측면 스탠드의 두세 명을 일반관람인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기자석을 둘러싼 스탠드 출입문에는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기자를 포함한 여러 취재진의 스탠드 접근은 원천적으로 차단된 상태였다. 담당자 개인을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해명의 내용과 현장의 사실 사이에는 제법 큰 간극이 있었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은 말이 아니라 사실로 해야 한다. 사진과 동영상이 남아 있다.
개표는 한 표 한 표가 누구의 것이 됐는지를 가르는, 선거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다. 그 순간을 기록해야 할 기자가 1층 구석에 갇혀 있고, 그 순간을 지켜봐야 할 시민은 관람석조차 마련되지 않은 현실에서, 감시의 눈은 어디에 있었는가. 눈이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넓을수록 결과를 둘러싼 의심은 줄어들 수가 없다. 성숙한 민주주의는 시민과 기자의 눈을 막는 것이 아니라, 그 눈이 닿는 곳을 넓히는 데서 출발한다.
통영시선거관리위원회에 묻는다. 기자석을 둘러싼 스탠드 출입문에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취재진이 제지당한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사전에 발급한 일반관람증이 당일 현장에서 왜 무효화됐으며, 일반관람석은 왜 마련되지 않았는가. 본부석 측면에서 드나든 인물들이 일반관람인이었다면, 일반관람석도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어떤 자격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안내됐는가. 기자석은 왜 개표장 전체를 조망할 수 없는 1층 구석에 배치됐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도가 비워둔 자리를 언론이 임기응변으로 메우는 일을 다음 선거에서도 용인할 것인가, 아니면 그마저 막을 것인가. 투명성은 선관위가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선거의 공정성을 입증해야 하는 쪽이 먼저 갖춰야 할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