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벽돌 투표지', 개표 절차대로면 나올 수 없는데 나왔다
    • — 통영시선관위 "수검표, 예외 없이 시행"… 그렇다면 언제 투표함에 들어갔나
      — 이 표들도 일단 유효로 계산된 채, '38표 차'라는 숫자가 나왔다
    • 7월 27일 경남선관위 대회의실 재검표 현장에서, 접힌 흔적이 없어 마치 벽돌처럼 빳빳하게 뭉쳐 있는 투표지 묶음이 다량으로 발견됐다. 언론과 선관위의 공식 해명에서도 흔히 '벽돌 투표지 묶음'으로 불리는 이 투표지들은, 인쇄소에서 갓 나온 신권 지폐 다발을 연상케 할 만큼 낱장이 서로 들러붙어 있었다. 본지가 소청인 측 참관인으로부터 입수한 사진과 영상에는, 선관위 검표원이 이 벽돌 투표지 뭉치의 낱장을 넘기려 하지만 종이가 매끄럽게 분리되지 않는 모습이 여러 차례 담겨 있다.

      이런 벽돌 투표지 묶음이 여러 검표부에서 계속 나오자, 재검표를 진행하던 이영훈 선관위원장은 이에 대한 이의제기를 더 이상 받지 않기로 했다. (관련 경위는 본지가 앞서 보도한 '통영시장 재검표, 이의제기는 왜 멈췄나' 기사에서 다뤘다.)

      경남선관위는 이번 재검표 결과 강석주 후보가 천영기 전 시장을 38표 차로 앞섰다고 발표했다. 이 벽돌 투표지들 역시, 그 유·무효를 둘러싼 이의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은 채로 개표 당시의 기존 판정 그대로 유효표로 계산돼 이 '38표 차'에 포함돼 있다. 즉 이 숫자는 벽돌 투표지를 둘러싼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잠정 수치다. (관련 설명은 본지의 '통영시장 재검표, 38표 차까지만 확인됐다' 기사 참고.)

      얼마나 됐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본지가 취재한 소청인 측 참관인 3명과 천영기 전 시장은, 이 벽돌 투표지 묶음의 정확한 장수는 답하지 못했지만 그 규모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네 명의 독립된 증언이 일치한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지만, 구체적 수치로 답한 사람은 여전히 없다. 본지가 입수한 사진과 영상 역시 현장에서 발견된 전체 물량의 일부를 담은 것일 뿐, 총량을 보여주는 자료는 아니다. 이 때문에 본지는 이 사안을 구체적 수치를 앞세운 분석 기사로 다루지 않는다. 대신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 — 이 벽돌 투표지들이 언제 투표함에 들어갔는지에 대해, 지금까지 나온 어떤 증언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 — 을 짚는다.

      개표 당일, 이런 표를 봤다는 사람이 없다
      본지 기자는 6월 3일 개표가 시작된 시점부터 4일 아침 종결될 때까지 통영체육관 개표 현장에 머물렀다. 다만 자리는 본부석 맞은편 끝의 특정 구역에 한정돼 있었고, 개표장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다. 그 구역의 개표원과 참관인들 가운데, 벽돌처럼 뭉쳐 접힌 흔적이 없는 투표지 뭉치를 봤다고 언급한 사람은 없었다. 이후 오늘까지도, 개표 당일 그런 표를 목격했다고 밝힌 사람은 본지가 아는 한 없다. 다만 이는 기자가 위치했던 구역과 취재가 닿은 범위에 한정된 것으로, 그 밖의 구역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까지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것이 개표 당일 그런 투표지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증거는 아니다. 개표는 먼저 선거종류별(교육감·시장·도지사·도의원 등 7종)로 개표사무원이 손으로 1차 분류한 뒤, 투표지분류기가 후보자별로 기계 분류하고, 심사집계부에서 개표사무원이 그 결과를 육안으로 심사·재집계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22대 국회의원선거부터는 이 심사집계 단계에 수검표가 도입돼, 개표사무원이 낱장을 한 장씩 직접 확인하는 절차까지 있다. 즉 개표 과정에는 사람이 투표지를 손으로 직접 다루는 단계가 최소 두 차례(선거종류별 1차 분류, 수검표)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 단계의 초점은 투표지의 유·무효 판정과 오분류 여부 확인이지, 종이의 질감이나 낱장이 서로 들러붙는지 여부를 살피는 것이 아니다. 대량의 표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작업 특성상, 설령 그런 물성을 접했더라도 이를 '특이사항'으로 인지하고 별도로 언급할 여유나 이유가 없었을 가능성은 남는다. 본지가 개표 당일 이런 표를 보거나 들은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 그런 표가 없었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다.

      다만 던져볼 만한 질문이 있다. 기계 분류와 수검표(낱장 확인)를 모두 거친 투표지가, 재검표대에서 다시 벽돌처럼 — 신권지폐다발처럼 — 낱장이 서로 들러붙어 손으로 떼어가며 세야 할 정도의 상태로 발견될 수 있을까. 그리고 설령 그런 물성의 표가 섞여 있었다 해도, 그것만 따로 골라내 별도의 벽돌 뭉치로 다시 묶는 담당자나 절차가 개표 현장에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정리부에서 후보자별로 일정 수량 단위로 묶는 절차는 있지만, 이는 모든 표에 일괄 적용되는 것이지 '빳빳한 것만 따로' 골라 묶는 절차가 아니다. 그럴 담당자를 따로 둘 만큼 개표 현장에 여유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고, 애초에 그렇게 골라 묶어야 할 이유도 없다. 이 질문들에 답하려 하면 할수록, 재검표대에 등장한 그 형태 그대로의 벽돌 투표지 묶음이 개표 당일부터 존재했다고 보기는 쉽지 않아진다. 다만 이 역시 본지의 추론일 뿐,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그렇다면 언제인가
      이 질문에 처음에는 '사전투표 발급 단계·개표 당일·보관 기간'이라는 세 시점으로 나눠 접근하려 했다. 그러나 이 구분에는 허점이 있다. 사전투표지든 당일투표지든, 개표 당일에는 동일하게 기계 분류와 수검표를 거친다. 따라서 이 표의 기원이 사전투표든 당일투표든, 정상적으로 개표 절차를 거쳤다면 앞서 짚은 물성상의 문제(수검표를 거친 표가 그런 상태로 남기 어렵다는 점)가 똑같이 적용된다. 즉 진짜 갈림길은 '언제 만들어졌는가'가 아니라 '개표 당일 수검표를 거쳤는가'다.

      이 표들이 실제로 그런 물성과 형태로 재검표대에 등장했다면, 남는 설명은 두 가지뿐이다.

      (a) 개표 당일 절차를 거쳤지만, 어떤 이유로 수검표 단계를 건너뛰었다 — 인원 부족이나 시간 압박으로 일부 물량에서 수검표가 생략됐을 가능성이다. 이 경우 개표 관리의 절차적 허점을 묻는 문제가 된다.

      (b) 개표 당일 절차 자체를 거치지 않았다 — 즉 개표가 끝나고 투표함이 봉인된 이후, 재검표(7월 27일) 이전 어느 시점에 투표함에 들어갔다 — 이 경우라면 봉인·보관 절차의 신뢰성 자체를 묻는, 훨씬 무거운 문제가 된다.

      본지는 어느 쪽이 맞는지 확인에 나섰다. 통영시선거관리위원회(개표를 주관한 시·군 단위 위원회로, 재검표를 주관한 경남선관위와는 별개 기관이다)에 전화로 문의한 결과, 지도계장은 사전투표와 본투표 모두 선거 종류에 따른 분류, 기계 분류, 수검표, 계수 절차가 통영 관내 모든 개표대에서 예외 없이 동일하게 진행됐다고 답했다.

      이 답변이 맞다면, (a) — 수검표가 일부 생략됐을 가능성 — 은 설 자리를 잃는다. 남는 것은 (b), 즉 개표가 끝나고 투표함이 봉인된 이후 어느 시점에 이 표들이 들어갔을 가능성이다. 다만 이는 통영시선관위의 공식 답변일 뿐, 실제 개표 현장에서 예외 없이 지켜졌는지를 제3의 자료로 교차 확인한 것은 아니다. 투표함의 봉인·보관 경위에 대해서는 본지가 이어서 취재해 별도로 보도할 예정이다.

      정리하면
      이 벽돌 투표지 묶음이 실제로 얼마나 많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개표 당일 종일 현장에 있었던 본지 기자를 포함해, 그날 이런 표를 봤다고 말하는 사람이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다는 것, 그 표들이 두 달 가까이 지난 재검표에서 무더기로 나타났다는 것, 그리고 통영시선관위가 수검표는 예외 없이 시행됐다고 밝힌 것은 모두 분명한 사실이다. 이 세 가지를 함께 놓고 보면, 남는 설명은 개표 이후 보관 기간 중 어느 시점에 이 표들이 투표함에 들어갔을 가능성 쪽으로 좁혀진다. 다만 이는 본지의 추론일 뿐,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이 표들이 언제, 어떻게 투표함에 들어갔는지는 본지가 계속 취재해야 할 과제이기 이전에, 투표함의 관리·보관 책임을 진 선관위가 답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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