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설] 민생지원금 논란의 본질은 아직도 변한 것이 없다

    • T신문에 두 번째 기고문이 실렸다. 이번에는 어조가 한층 격앙되었다. '알박기 의회', '행정 사유화', '독선의 극치', '빌런 행정' — 단어들이 거칠어졌다. 논쟁이 이어지면 언어가 뜨거워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뜨거운 언어일수록 차갑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임기 중 의회는 일할 의무가 있다
      기고문은 6월 11일 통영시의회 임시회를 '알박기 의회'라고 명명했다. 선거가 끝난 직후, 임기가 10여 일 남은 의원들이 수백억 원의 기금 집행을 의결하는 것은 민의를 거스르는 정치적 청부 행위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 논리를 조금만 더 밀고 나가면 불편한 물음에 부딪힌다.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의원들은 법적으로 엄연히 직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선거가 있는 달이라고 해서 의회가 멈춰야 한다는 법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선거 이후부터 임기 만료까지의 기간에 의회가 안건을 처리하면 '알박기'이고, 세비를 받으며 아무 일도 하지 않아야 정도(正道)인가. 논리적으로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더욱이 이 논리가 낯설지 않은 이유가 있다. 2024년 4·10 총선 이후 21대 국회는 낙선자와 임기 만료를 앞둔 의원들로 채워진 상태에서 임기 종료 하루 전날인 5월 28일까지 본회의를 열고 법안을 처리했다. 당시 민주당이 주도한 임기말 입법 처리를 두고 '알박기 의회'라고 비판한 목소리가 있었는가. 선거 직후 임기말 의회를 문제 삼는 기준이 지금 통영에서만 유독 엄격하게 적용된다면, 그 기준의 일관성부터 따져 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내로남불이다.

      '남의 돈으로 생색내기'라는 표현의 이상한 전제
      기고문은 천 후보가 전임자의 돈으로 생색을 낸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이 표현에는 기묘한 전제가 깔려 있다. 전임 시장이 이월시킨 재원이 마치 강 후보 개인의 자산이거나, 적어도 강 후보 측이 우선적 처분 권한을 갖는 재원인 것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통영시민에게서 비롯된 재원이다. 누가 쌓았든 간에, 시민을 위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집행하는 것이 행정의 본령이다. 전임자가 남긴 재원을 잘 관리하고 활용하는 것이 왜 비난받아야 하는지, 그 논리 구조는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다.

      '곳간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의 역설
      기고문 후반부에서 가장 흥미로운 주장이 등장한다. 강 후보가 당선되면 민선 9기 인수위원회와 새 의회를 통해 현 시정의 기금 집행 조례안을 전면 보류·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지켜낸 기금이 강 후보의 33만 원 민생지원금 재원이 된다는 논리다.

      그런데 이 주장은 차분히 뜯어보면 상당히 폭력적인 논리를 품고 있다. 시의회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의결한 사안을, 새로 취임한 시장이 자신의 의지로 뒤집겠다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행정의 연속성과 법치의 기본 원리에 따르면, 전임 시정이 적법하게 처리한 결정은 후임 시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번복할 수 없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모든 행정 결정은 선거 결과에 따라 언제든 무효화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는 행정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근본에서부터 흔드는 발상이다.

      이 대목에서 멈춰야 한다. 지금까지 강 후보 측은 천 후보의 30만 원이 '선거용 기금 탕진'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런데 그 돈을 막아서 자신의 33만 원 지원금으로 쓰겠다는 것은, 결국 동일한 재원에서 3만 원을 더 얹어 주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천영기가 하면 ‘선거용 기금 탕진’이고, 강석주가 하면 ‘민생지원’이라는 것인가. 이 역시 내로남불이다. 비판의 칼끝이 정확히 자기 자신을 향하고 있다. '그 돈 어디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결국 '상대가 쓰려는 바로 그 돈'이었다는 것은, 이 논쟁이 처음부터 제기해온 핵심 문제를 스스로 확인해준 셈이다.

      논쟁의 본질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다
      이번 기고문은 격렬한 언어를 동원했지만, 정작 논쟁의 핵심 질문에는 새로운 답을 내놓지 못했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이 이미 민선 8기 행정을 통해 집행된다면, 강 후보의 33만 원은 어떤 별도의 재원에서 나오는가. 기금을 막아 자신의 공약 재원으로 삼겠다는 것 외에 독립적인 재원 근거가 있는가.

      차갑게 보면, 이 논쟁의 지형은 처음과 달라지지 않았다. 시민들이 강 후보 측에 묻는 질문은 아직 유효하다.

      "그 돈, 어디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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