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앞서 통영선관위가 K 전 경남도의원과 강석주 통영시장(당시 후보)에 대해 서로 다른 소견을 경찰에 전달한 경위를 보도한 바 있다. 이후 본지가 새롭게 확보한 적발 현장 영상과 통화 녹취를 검토한 결과, 통영선관위 지도계장의 발언에는 시점에 따라 뚜렷한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 당일, 보도 위에서는 "판례에는 그리 돼 있거든예"
지난 5월 29일 적발 현장인 식당 1층 보도에서는, K 전 도의원과 지도계장, 그리고 경찰 지능팀 수사관 두 명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갔다. 이 장면은 영상으로 남아 있다.
지도계장은 K 전 도의원에게 "오늘 여쭤볼게요. 강석주하고 통화 안 했습니까?"라고 물었고, K 전 도의원은 "통화했지!"라고 답했다. K 전 도의원은 "후보니까 여기 사람들 많이 있으니 인사하고 가라 이 말 했지"라며 통화 사실과 그 내용을 순순히 인정했다.
이에 지도계장은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렇게 설명했다. "인사 하고 가면, 예를 들어 제가 진술을 지어내면, '내가 결제하끄마.' 그기 짠 깁니다." 그러면서 계산을 한 사람이 조금 전 이동해 올라간 경로를 손동작으로 표시하며 "요분이, 들어가신 분이 결제를 했지 않습니까?"라고 짚었다. K 전 도의원이 "그거하고 전혀 상관 없습니다"라고 반박하자, 지도계장은 경찰 쪽을 바라보며 "그기 인자 판례에는 그리 돼 있거든예"라고 말했다.
즉 적발 당일 지도계장은, 인사만 하고 떠난 후보와 그 뒤에 이뤄진 결제 사이의 관계를 놓고 "짜여진 것"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경찰에게 판례상 공모 판단 기준을 설명하고 있었다.
석 달 뒤 통화에서는 "제가 조사한 게 아니라니깐요"
그런데 본지가 지난 20일 통화에서 강석주 후보(당시)와 K 전 도의원 사이의 공모 가능성을 물었을 때, 지도계장의 태도는 달랐다.
본지 기자가 "강근식 전 도의원이 전화를 걸었고 통화 직후 현장을 방문했다는 진술까지 확보되었으면, 강석주 후보를 조사하지 않아도 공동공모정범에 속하는지 판단할 수 있지 않습니까?"라고 묻자, 지도계장은 "그거는 제가 말씀드릴 수 없어요.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모르면서 왜 그런 이야기를 하세요?"라고 답했다. 이어 "저희가 조사한 건이 아니라니깐요. 저희는 현행범으로 인계한 건이잖아요"라며 선을 그었다.
또한 "왜 저기 그 강근식 씨에 대해서는 115조 위반을 든 유권 해석을 해서 경찰에 넘겼습니까"라는 질문에는 "제가 볼 때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강근식 씨가 115조 위반이 된다는 거는 정확하게 제가 인지를 했기 때문에 원조 요구를 했다"면서도, 강석주 후보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그 사람 (강석주) 직접 저기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판단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 사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묻는 질문에는 "이건 다른 수사기관에서 판단한 내용을 제가 왈가왈부는 자체가 저는 안 맞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경찰이 저희보다 판례라든지 내용을 더 모르겠습니까? 저희보다 더 잘 알죠"라며 경찰의 전문성을 앞세웠다.
"기억 안 난다"에서 "소개한 것 같습니다"까지
지도계장은 다른 통화에서, 선거 초반 후보자 교육 당시 "전화를 받고 왔다면 유죄"라는 취지로 설명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부인했다. 본지 기자가 "그때 식비 대납하고 관련해서 후보자가 전달자의 전화를 받고 왔을 경우에는 유죄라는 취지의 교육을 하셨다고 하는데"라고 묻자, 지도계장은 "제가요? 저는 기억이 안 나는데요"라고 답했다.
기자가 재차 확인하자, 지도계장은 공모공동정범·기능적 행위지배 같은 형법 이론을 설명하기 시작했고, 이어 "합천이었나?" 하며 유사 사례를 소개했다. 합천군수 선거에 나오려던 한 예비후보가 식당에서 인사만 하고 떠났는데, 계산자와 통화한 정황이 통신 조회로 드러나 선관위가 공모공동정범으로 판단해 고발장을 작성한 사례라는 것이다. 그는 "그분이 뭐 어떻게 알고 왔느냐 하니까, 자기는 '그냥 왔다'라고 주장을 했어요. 저희가 통신 조회를 하다 보니까, 그거와는 다르게 계산한 사람과 그 입후보 예정자가 통화한 정황이 있고"라고 설명하며, 이 사례를 선관위 워크숍에서 우수 사례로 소개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 이야기를 (교육 자리에서) 했습니다"라고 인정했다.
두 사건의 사실관계를 나란히 놓으면
지도계장이 소개한 합천 사례와 이번 강석주 후보 건을 나란히 놓으면 다음과 같다.
증거의 명확성만 놓고 보면, 강석주 후보의 경우는 스스로 통화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합천 사례보다 사실관계가 더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그럼에도 선관위가 유독 이 사안에서만 판단을 유보한 이유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공모를 설명하던 사람이, 왜 공모의 한쪽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을까
적발 당일 보도 위에서 경찰에게 판례를 들어가며 공모 가능성을 설명하던 지도계장은, 정작 강석주 후보와 K 전 도의원 사이의 관계를 묻는 본지의 질문에는 "조사하지 않았다", "왈가왈부할 수 없다", "경찰이 더 잘 안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같은 사람이 같은 사건을 놓고, 누구를 상대하느냐에 따라 확신과 유보를 오간 셈이다. 공모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상황을 설명하던 그가, 왜 그 공모의 한쪽 당사자인 강석주 후보에 대해서는 같은 언어를 쓰지 않았는지에 대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