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텅 빈 마루에서 다시 뛰기 시작한 통영의 심장
    • 통영교방 창작 전통춤 《통영의 맥》 22일 윤이상기념관서 공연
      교방예술의 예혼을 오늘의 언어로 재해석…6막으로 통영의 과거와 현재, 희망을 그린다

    • 통영의 교방예술을 오늘의 시대적 언어로 되살리는 창작 전통춤 공연 《통영의 맥(脈): 교방의 예혼, 다시 피어나다》가 오는 7월 22일 오후 7시 30분 윤이상기념관 메모리홀에서 열린다.

      통영교방이 주최·주관하는 이번 공연의 부제는 ‘소멸의 침묵을 넘어 강구안을 깨우는 몸짓과 북소리’이다. 인구 감소와 공동체 해체라는 오늘의 통영이 직면한 현실을 전통춤의 몸짓과 현장음으로 풀어내고, 통영 교방예술에 내재한 생명력과 공동체 정신을 통해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를 담았다.

      공연은 입춤, 통영교방굿거리춤, 통영검무, 살풀이춤, 승무, 교방북춤 등 모두 6개 장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춤은 독립된 전통춤 레퍼토리이면서도 ‘고갈–향수–위기–정화–기도와 저항–연대와 부활’이라는 하나의 서사로 연결된다.

      제1막 ‘고갈’은 사람이 떠난 강구안의 적막을 품은 텅 빈 마룻바닥 위에 단 한 명의 예인이 엎드려 있다. 그는 깊은 침묵 속에서 손바닥으로 마루를 짚고 버선발로 바닥을 긁으며, 혼신의 힘으로 몸을 일으킨다. 이윽고 고요를 깨는 첫 선율이 흐르기 시작하면, 예인의 손끝과 발끝에 오래도록 잊혀 있던 교방춤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마침내 잠들어 있던 통영 교방의 예혼이 한 사람의 몸을 통해 다시 깨어난다.

      제2막 ‘향수’에서는 깨어난 교방의 춤사위가 텅 빈 마루 위에 옛 강구안의 풍경을 불러낸다. 경쾌하게 튀는 선율과 예인의 손끝을 따라 만선의 배와 분주한 선창, 북적이던 시장과 사람들의 웃음이 환영처럼 되살아난다. 빈 마루는 어느새 풍요와 흥이 넘치던 과거의 강구안으로 눈부시게 피어난다. 그러나 음악이 갑자기 멈추는 순간 모든 풍경은 사라지고, 예인은 다시 오늘의 공허 속에 홀로 남는다.

      제3막 ‘위기’에서는 통영의 삶과 교방의 전통을 삼키려는 소멸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거센 긴장감 속에서 예인은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맞서며, 마침내 통영의 땅에서 솟아난 힘으로 다시 중심을 되찾는다. 마지막 순간 예인은 칼을 통영의 땅 깊이 꽂아 소멸의 전진을 막아내지만, 그림자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무대 위에 불안한 흔적을 남긴다.

      제4막 ‘정화’에서는 치열한 저항이 지나간 자리에는 지친 호흡과 흔들린 예혼만이 남아 있다. 그 흔들림은 사람이 떠나며 공동체의 기억과 교방 예술의 전승이 느슨해진 깊은 상처이기도 하다. 무대에 홀로 남은 예인은 하얀 수건을 펼쳐 그 상처를 품고, 흩어진 예혼의 결을 다시 하나의 호흡으로 이어 간다. 살풀이의 부드러운 곡선은 검무의 날카로운 긴장을 풀어내며 몸과 기억을 고요히 정화한다. 음악이 멈추는 순간 수건은 마루 위에 내려앉고, 그 위에는 정화된 예혼의 고요만이 남는다.

      제5막 ‘기도와 저항’에서는 마루 위에 내려앉은 하얀 수건에 정화된 통영 교방의 예혼이 깃들어 있다. 승무 예인은 그 수건을 가슴에 품고 예혼을 자신의 몸에 이어받는다. 길게 펼쳐지는 장삼은 상처와 단절을 넘어 예혼에 다시 숨결을 불어넣으려는 간절한 기도의 선이 되고, 예인은 그 몸짓을 이어가며 천천히 법고를 향해 나아간다. 깊은 침묵을 깨는 법고의 첫 울림과 함께 예혼은 다시 박동하기 시작하고, 그 울림은 멈추지 않은 채 제6막에서 공동체를 깨우는 생명의 소리로 이어진다.

      이 법고 소리는 멈추지 않고 마지막 장 ‘연대와 부활’로 이어진다. 법고에서 시작된 예혼의 박동 위로 가사호접의 예인이 등장하고, 승무 예인은 기도로 되살린 예혼을 북채에 실어 건넨다. 한 사람에게 이어진 박동은 북을 든 예인들에게 퍼져 공동체의 하나 된 심장으로 커진다. 이어 북소리는 텅 빈 강구안을 깨우는 천둥이 된다. 그 위로 태평소가 번개처럼 솟구치는 순간, 깊은 물속의 용이 힘차게 승천하며 통영의 부활과 새로운 희망을 상징한다. 마침내 모든 예인은 힘찬 북 한 타로 저항과 정화, 기도를 연대와 부활의 선언으로 완성한다.

      이번 공연은 단이 없는 마룻바닥 무대와 계단식 객석이라는 메모리홀의 구조를 적극 활용한다. 화려한 무대장치 대신 무용수의 숨소리, 버선발과 장삼의 마찰음, 칼의 쇳소리, 법고와 북의 진동을 극대화한다. 관객은 객석 위에서 마루를 내려다보며 무용수들의 원형·사선형·나선형 동선을 하나의 움직이는 회화처럼 바라보게 된다.

      《통영의 맥》은 전통춤의 재현을 넘어, 통영 교방의 예혼이 오늘의 지역사회에서 어떤 생명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묻는 무대이다. 텅 빈 마루에서 시작된 한 사람의 호흡은 마침내 공동체의 거대한 박동으로 확장되고, 무대는 "통영은 아직 살아 있다"는 선언으로 막을 내린다.

      공연은 7월 22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윤이상기념관 메모리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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