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깨끗했고 행정은 투명했다고 제 스스로 여러분께 말씀드릴 수 있다." 지난 5월, 강석주 후보는 자신의 민선 7기 재임 4년을 이렇게 자평했다.
그로부터 두 달. 민선 9기 첫 승진 인사를 둘러싸고 시청 안팎에서는 다른 말들이 돈다. 배우자와 오랜 사적 친분이 있는 인사가 4급으로 발탁되고, 배우자와 가깝다는 또 다른 인물의 배우자까지 요직에 이름을 올렸다는 전언이다. 격무 부서에서 성과로 검증받아온 실무자는 정작 이번 승진에서 빠졌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온다. 물론 아직은 전언이고 의혹이다. 그러나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인사는 깨끗했다."는 문장은 이번에도 유효할 수 있을까.
강 시장은 출마 선언에서 "행정 전문가로서 그 오염된 먼지들을 깨끗이 씻어내겠다. 투명한 인사, 공정한 행정으로 통영의 미래를 다시 환하게 밝히겠다."고 했다. 당선 다음 날 인터뷰에서는 "정치적 이념이나 편 가르기로 사람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구태는 제 시정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 약속했다. 취임사에서는 "오직 시민만을 바라보며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고 했다. 이 문장들과 지금 시청에서 도는 이야기들을 나란히 놓아보면, 둘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는 각자 판단할 몫이다.
이 장면이 낯설지 않다는 이들도 있다. 지난 5월 26일 KBS창원이 생중계한 TV토론에서 천영기 당시 후보는 강석주 후보의 민선 7기 재임 시절을 겨냥해 "7급이던 배우자가 근무성적 평정을 높게 받아 6급으로 진급했다."는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그 자리에서 강 후보는 이렇다 할 반박 대신, 자신의 배우자가 오히려 임기 중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취지로 답했을 뿐이다. 이 전언이 맞다면, 1기 때는 배우자 본인의 진급이었고 2기 들어서는 배우자 지인들의 승진이라는 형태로 나타났을 뿐, 골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강석주 캠프가 전임 천영기 시정을 향해 던졌던 말도 있다. 출마 선언 당시 캠프는 "2023년 임기제공무원 채용에서 시는 최종 합격대상자를 권한도 없는 인사위원회 심의로 탈락시키고 임용자격에 미달하는 자가 임용됐다."며 "이런 터무니없는 인사 독단은 통영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문제 삼은 말이었다. 만약 이번 인사에서도 성과로 검증된 실무자가 밀려나고 그 자리를 배우자 인맥으로 지목된 인물이 채웠다는 전언이 사실이라면, 그 말은 누구를 향한 것이었는지 다시 읽히게 된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따로 있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돈봉투 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K 전 도의원의 아들이 이번 6·7급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다. 이 아들은 민선 8기 재임 중 감사에서 문제가 드러나 징계를 받았고, 그 일로 통영시 청렴도 평가에 흠집을 낸 당사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번 명단에는 그 아들만 오른 것이 아니라, 아들의 배우자인 며느리까지 함께 승진 대상에 포함됐다는 것이 시청 안팎의 전언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청렴도를 깎아먹은 이력이 있는 사람조차 걸러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배우자에게까지 승진의 문이 열린 셈이 된다.
여기서 짚어야 할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지난 5월 29일 사전투표 첫날, 통영시 무전동의 한 식당에서 강석주 후보 캠프에서 활동해온 K 전 도의원이 현금을 건네다 적발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은 사실이 본지 취재로 확인된 바 있다. 당시 강 후보 측의 인지나 지시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채 수사가 시작됐고, 이 사건은 아직 수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공직선거법은 후보자 본인이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 자체를 무효로 하도록 정하고 있다. K 전 도의원에 대한 수사가 앞으로 어떤 진술과 결론으로 이어지느냐에 따라, 강석주 시장 본인의 거취까지 갈릴 수 있는 사안이라는 뜻이다.
이 사건이 실제 재판으로 넘어간다면 하나의 재판에서 함께 다뤄질 가능성이 크고, 그 안에서 K 전 도의원이 어떤 진술을 내놓느냐는 강석주 시장 본인이 받을 형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헤아린 인사가 아니기를 바란다. 만약 그런 헤아림이 조금이라도 작용했다면, 이번 승진은 시민에 대한 보답이 아니라 자신의 거취를 지켜줄 사람에게 건넨 가장 무거운 형태의 보은 인사가 될 것이다.
이런 사정과 이번 승진 인사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다만 하필 이 시점에 그 아들과 며느리가 함께 승진 명단에 올랐다는 사실이, 안 그래도 무거운 이 사건에 또 하나의 물음표를 얹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전언은 전언이다. 확정된 사실이 아니며, 당사자들의 반론과 해명의 기회는 남아 있다. 다만 왜 격무 부서에서 성과를 낸 실무자는 누락되고 배우자의 인맥으로 지목된 이들은 발탁됐는지, 왜 청렴도에 흠집을 낸 이력이 있는 인물의 배우자까지 승진 명단에 올랐는지에 대해서는 답이 필요해 보인다. 그 답을 내놓는 것이, 그가 취임사에서 약속했던 "오직 시민만을 바라보는" 시정의 첫걸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