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통영시장 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선거판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후보 아들의 사생활을 둘러싼 의혹 보도가 사전투표를 하루 남짓 앞두고 등장했고, 정책 경쟁의 자리가 도덕성 공방으로 얼룩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아직 의혹의 진위도, 이 흐름의 배경도 온전히 드러난 것은 없다. 다만 상황이 전개되는 방식이 묘하게 낯익다.
보도된 내용 자체의 진위 여부는 이 글이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다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이 기사가 준비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몇 주 전부터 지역 정가에 조용히 돌았고, 결국 사전투표 직전이라는 시점에 세상에 나왔다는 점이다. 보도의 내용보다 보도의 시점이 더 많은 말을 하고 있다.
후보 검증은 민주주의 선거 과정에서 마땅히 이루어져야 한다. 공직자가 될 사람의 도덕성과 자질을 살피는 일은 언론 본연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러나 검증과 타격은 다르다. 상대가 반박할 시간을 충분히 허용하지 않은 채, 유권자가 합리적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순간을 골라 터뜨리는 방식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무기로 사용하는 것에 가깝다.
천영기 후보 측은 이를 흑색선전으로 규정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주장만으로는 진실을 알 수 없다. 그것은 결국 수사와 사법의 판단이 가릴 일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유권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의혹을 사실처럼 받아들인 채 투표장에 들어서게 될 수 있다는 현실이다.
이 풍경이 낯설지 않다는 데 더 큰 씁쓸함이 있다. 선거 막판, 대응하기 곤란한 시점을 노린 폭로, 오랫동안 갈고 닦아 절묘하게 던져진 한 방. 우리는 이 장면을 전국 어느 선거판에서든 반복해서 봐왔다. 구태라는 것은 특정 진영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허용된다는 논리가 통영 땅에서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유권자는 현명하다는 말을 흔히 한다. 하지만 그 현명함이 발휘되려면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정보가 필요하다. 사전투표 직전의 폭로는 그 조건을 의도적으로 무너뜨린다. 이번 선거에서 통영 시민들이 정책과 비전을 보고 선택하는 선거를 경험하기를 바랐다. 그 기대가 조금 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