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천 박명용 회장 3주기 추도 사진전’ 오프닝 행사 열려
    • 사진으로 본 삶의 발자취·헌화무와 일대기 낭독으로 고인 기려
    • 지난 26일 조흥저축은행 5층 전시장에서 송천 박명용 회장 3주기 추도 사진전 오프닝 행사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박명용 회장의 생전 활동과 삶의 철학을 되새기며 지역 사회에 값진 울림을 전하는 자리로 꾸며졌다.

      오프닝 행사에는 추모객과 유족, 지역 기관장,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분향이 진행됐다. 분향에는 배도수 통영시의회 의장, 시의원단, 박 회장 가족과 조흥저축은행 임직원 등이 함께했으며, 참석자들은 고인의 뜻을 기리며 숙연한 마음으로 추모를 올렸다.

      전시된 사진들은 말보다 실천으로 삶을 증명한 그의 신념과 통영 곳곳에서의 나눔과 봉사 순간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담아 지역 사회 발전에 대한 그의 헌신을 보여주었다.

      오프닝 행사 중 박진 조흥저축은행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통영 문화 예술과 지역 인재 육성에 평생을 헌신하신 박명용 회장의 삶을 언급한 뒤 고인이 평생 실천하셨던 ‘나눔’과 ‘사랑’이라는 유산이 사진전을 통해 오래 남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였다.

      이어 박 회장의 일대기 낭독이 진행됐다. 낭독에서는 고인이 젊은 시절부터 통영 발전과 지역 사회 봉사에 대한 철학을 실천해 온 발자취가 소개되어 참석자들이 그의 삶을 되짚어 보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행사의 마지막은 헌화무(獻花舞)로 매듭지어졌다. 고인을 향한 경건한 추모의 마음이 조용하면서도 우아한 춤사위에 실려 참석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지는 듯했다.

      추모 사진전은 일대기와 사진 등으로 박명용 회장의 삶을 소개하며 관람객이 고인과 꾸준히 교감할 수 있도록 상시적인 전시 공간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통영 시민과 방문객들에게 꾸준한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래는 박명용 회장 일대기 전문]

      배고픔을 딛고 통영의 등불이 되기까지: 박명용 회장의 나눔 일대기

      1936년, 경남 통영시 태평동의 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소년 박명용. 그는 가난과 배고픔 속에서도 "배고파서 공부 못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평생의 다짐을 가슴 깊이 품었다. 어린 시절의 굶주림은 단순한 고통이 아닌, 뿌리 깊은 책임감으로 자라나 그의 삶을 관통하는 나침반이 되었다.

      ▪️정도(正道) 경영으로 이룬 꿈의 터전
      배움에 대한 갈망을 잊지 않은 그는 1962년, 자신이 품었던 소망을 현실로 옮겼다. 조흥저축은행의 설립은 단순한 금융기업의 시작이 아니었다. 이는 그가 세상을 향해 작은 희망을 키우고 많은 이들을 품고자 마련한 터전이었다. 그는 정도경영을 평생의 철학으로 삼아 위기 속에서도 신념을 굳건히 지켰다. 그 결과, 조흥저축은행은 이코노미플러스(현 이코노미조선) 주관 '전국 우수 저축은행' 평가에서 1위에 선정되었으며, 경남 지역의 대표 서민금융기관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박명용 회장의 진정한 가치는 '돈을 버는 능력'이 아닌, '버는 것을 나누는 마음'에 있었다. 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메세나(Mecenat)' 정신을 통영에서 구현했다.

      ▪️배고픈 아이들을 위한 식탁, 그리고 배움의 전당
      그의 나눔은 먼저 교육 현장에서 시작되었다. 1971년 두룡초등학교 육성회장 시절부터 어린이헌장 동판 설치, 도서관 및 직원 책상 기증 등 형식적인 지원이 아닌,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환경 개선에 집중했다.

      2003년부터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급식비 지원을 수년간 지속하여 그 금액이 1억 5천만 원에 이르렀다. 또한 지역 중·고교 체육부와 축구부 지원, 시립도서관 및 새마을문고 도서 기증, 장학금 지급, 보육원 놀이기구 기증, 야간고등학교 난방비 지원 등 그의 손길은 교육의 모든 영역을 아울렀다.

      이처럼 그는 단순한 '기부자'를 넘어 '교육의 동반자'였으며,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통영 교육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한 이에게 주어지는 통영교육상을 수상했고, 2019년에는 경남교육상을 받았다. "배고파 공부 못한다는 소리는 없어야 한다."는 그의 다짐은 평생 꾸준하고 체계적인 실천으로 이어졌다.

      ▪️예향(藝鄕)에 뿌린 씨앗, 예술의 미래를 품다
      박명용 회장의 나눔은 교육을 넘어 통영의 자랑인 '예향'의 전통과 예술의 맥을 잇고자 했다.

      2015년, 통영 예술인들을 격려하기 위한 송천 박명용 통영예술인상을 제정했다. 이는 단순한 상이 아니라, 예술가들이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통영 예술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의지였다. 조흥저축은행이 매년 일정 금액을 출연하여 운영했으며, 통영의 공로자, 창작자들을 발굴하고 격려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2018년, 통영 예술인들이 창작하고 교류할 공간의 필요성을 느껴 부동산을 통영시에 기탁, 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통영지회 회관으로 제공하며 그의 메세나 정신을 현실로 뿌리내렸다.

      2019년, 사재를 출연해 송천 박명용 예술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통영 지역 학생들과 예술 전공 대학생들에게 등록금 전액 등을 지원하며 통영 예술의 밝은 미래를 후원하고 있다.

      그는 단지 ‘돈을 주는 후원자'가 아닌 '예술의 뿌리를 가꾸는 농부'였으며, 그가 뿌린 씨앗은 젊은 예술가들의 삶과 통영 예술의 미래로 자라났다.

      ▪️이웃과 노인을 위한 따뜻한 손길
      교육과 예술에 국한되지 않은 그의 봉사는 1974년 한 노부부에게 쌀 한 가마를 건넨 순간부터 50여 년간 꾸준히 확대되어 통영 지역에서 '기부천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특히, 그는 노인들을 위한 지원에 각별했다. 옥탑방에서 생활하던 노인회 경로당에 더 넓고 쾌적한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부동산을 기증해 더 넓고 쾌적한 여가 공간을 제공하고, 지역 노인들이 존엄과 편안함 속에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지역의 복지관, 사회 복지 시설, 보육원, 야간 학교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곳에 책, 난방비, 시설 현대화 비용 등을 지원하며 "필요한 곳이 있다면, 가능한 한 돕겠다."는 원칙을 지켰다.

      ▪️지역 사회를 위한 헌신과 봉사
      박명용 회장은 단순히 개인적인 기부에 머물지 않고, 봉사 단체 활동을 통해 공동체에 대한 헌신을 몸소 실천했다. 그는 충무 로타리 클럽이 창립된 1970년에 입회한 후, 여러 차례 회장직과 더불어 3590지구 초대 총재로 봉사하며 로타리와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했다. 이러한 공로로 국제로타리의 ‘초아의 봉사상’이라는 가장 영예로운 상을 수상했다. 아울러 새마을 운동에도 깊숙이 참여하여 통영 지역에서 수년간 단체들을 이끌었고, 지역 사회의 자립과 화합을 위해 힘쓴 공로로 정부로부터 새마을 훈장을 서훈받았다.

      봉사 활동에 대한 그의 열의는 로타리 클럽에 대한 태도에서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그는 그 클럽의 회원과 총재직을 맡으면서 25년간 100% 출석상과 50년간 개참상을 받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가 몸담은 모든 활동은 단발성이 아니었다. 도서관 건립, 청소년 폭력 예방, 문화예술제, 한산대첩기념제전, 경로당 지원, 복지관 차량 기증 등 그의 봉사는 통영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사랑이었다.

      ▪️생애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은 나눔의 철학
      그의 삶은 화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겸손하고 단단한 걸음은 언제나 주변을 살피고 함께 걸었다. 말년의 어느 날에 그는 유족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도움을 청해 왔는데, 나는 거의 다 응했다. 그렇게 화답한 날, 나는 유난히 기쁘고 행복했다.” 이 고백은 그의 삶이 단지 공적인 명예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람을 위한 삶’이었음을 웅변한다.

      그는 2022년 12월 26일,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빈소가 통영에 차려졌을 때, 지역 사회는 깊은 애도와 동시에 감사의 마음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하지만 그의 몸은 사라졌어도, 그의 정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의 나눔은 예술 작품 속에, 장학생들의 꿈 속에, 통영의 거리와 골목 곳곳에 스며들어 남았다.

      예향에 뿌린 씨앗 (정소란 시인)
      정소란 시인의 시 「예향에 뿌린 씨앗」은 그가 통영이라는 예향(藝鄕)의 뿌리가 되었음을, 그리고 고요하지만 단단한 그의 나눔의 정신이 마치 씨앗처럼 지역에 퍼져 자라고 꽃피웠음을 아름답게 노래한다:

      오래전 조흥의 역사 앞에서
      송천의 가슴에 길이 뜨거울
      해를 띄웠습니다 …
      당신은 길이 이어질
      이순신 장군의 얼과 반평생 동반으로
      명징한 위민의 정신을 각인하였고 …
      낟알의 쌀을 나누어
      주리고 서러운 어린 박명용을
      그렇게 키웠습니다 …
      예향이 늠름히 들어서는 당신이
      그 첫 집입니다 …
      통영의 가장 꽃다운 향방을 누군가 물어온다면
      그이 팔을 끼고 고유의 맑은 당신에게 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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