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나고 낙선자가 재검표를 요청했을 때, 그 요청이 받아들여질지 여부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과연 합리적인가. 통영시장 선거에서 44표 차로 낙선한 천영기 후보 측이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소청을 접수한 뒤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지금, 이 질문을 정면으로 던져야 할 때가 됐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 결과에 이의가 있는 후보자가 선관위에 소청을 제기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소청을 제기한다고 해서 재검표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선관위가 소청의 이유가 있다고 판단해야만 재검표가 결정된다.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면 소청은 기각되고, 재검표를 받으려면 법원에 선거소송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다. 그 소송은 훨씬 길고 비싸다.
이 구조에는 법적 근거가 있다. 공직선거법 제220조는 소청을 접수한 선관위가 6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224조는 선거 규정 위반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해 무효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검표는 그 심사 과정에서 선관위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진행하는 수단이지, 후보자가 신청하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독립 절차가 아니다. 선관위가 재검표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은 현행법이 부여한 것이다. 문제는 그 법적 구조가 과연 바람직한가이다.
그렇다면 선관위는 무슨 근거로 후보자의 재검표 요구에 대해 이유 유무를 심사하는가. 무분별한 재검표 요구를 걸러내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 짐작 가능한 답이다. 그러나 그 제동장치는 이미 다른 곳에 있다.
재검표 결과 당선이 무효로 되지 않으면 재검표 비용은 소청인이 부담한다. 결과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거액의 비용을 예납하면서 재검표를 신청할 후보자는 많지 않다. 거기에 더해 "졌는데도 승복하지 않는 후보"라는 정치적 낙인까지 감수해야 한다. 비용 부담과 정치적 부담, 이 두 가지가 이미 충분한 제동장치로 기능한다. 그 위에 선관위의 이유 심사라는 관문을 하나 더 얹는 것은 이중 장벽이다.
표 차가 크면 재검표할 이유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좋은 제도는 가능성이 희박한 최악의 상황마저 염두에 두고 설계되어야 한다. 표 차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재검표가 어려워지는 구조라면, 바꿔 말해 그 기준 이상으로 격차가 벌어진 선거 결과는 사실상 검증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제도가 그런 사각지대를 만들어두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표 차에 상관없이 누구나 재검표를 요청할 수 있어야 검증의 문이 언제나 열려 있다는 신뢰가 쌓인다. 그 신뢰야말로 선거 불신이 확산되는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다.
재검표의 행정 비용은 그다지 크지 않다. 이번 충주시장 선거 재검표 비용이 약 4700만 원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그 비용으로 선거 결과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면, 비용 대비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선거 불신이 사회적 비용으로 전환될 때 치러야 할 대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재검표는 선거의 공정성을 사후에 검증하는 마지막 행정적 수단이다. 현행법이 그 수단을 선관위의 재량적 판단에 맡기는 구조라면, 그 구조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 비용 예납을 원칙으로 하되, 후보자가 요청하면 재검표를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도록 법을 고치는 것이 맞다. 소청을 넣어두고 선관위가 수용해줄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다. 선거의 무결성을 입증할 의무는 후보자가 아니라 선관위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