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직접 손해를 봤다고 말하는 사람의 말은 신뢰감을 준다.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보다 오히려 더 객관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피해자인데 가만히 있다"는 말이 어떤 사실에 대한 객관적 증거가 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준석 의원이 이 논리에 기댄 순간, 반박의 힘이 오히려 약해졌다.
이준석의 발언 — "내가 낙선한 당사자"
이 대표는 여러 차례 이렇게 말했다. 자신은 지난 선거에서 사전투표에서 지고 당일투표에서 이겨 낙선한 당사자다. 만약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면 본인이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인데, 자신이 직접 조사해 보니 문제가 없었다. 그러므로 조작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 발언은 감정적으로 강한 인상을 준다. 자신의 낙선이라는 개인적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문제없다"고 말하는 것은 진정성 있어 보인다. 그러나 논리의 문제와 감정의 문제는 따로 봐야 한다.
논리 오류 — 하나로 전체를 말하기
한 가지 사례를 근거로 전체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 내가 경험한 것이 사실이라고 해서, 내가 경험하지 않은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한 지역구의 한 선거가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
이 대표의 논리 구조는 이렇다. "나의 경우에 조작이 없었다. 따라서 조작은 없었다." 그러나 부정선거 의혹은 특정 지역구의 특정 후보에 대한 조작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지역구에 걸친 구조적 패턴을 문제 삼는 것이다. 한 지역구에서 한 후보에게 불이익이 없었다는 사실은, 다른 지역구나 다른 선거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설령 이 대표의 선거에서 실제로 조작이 있었더라도, 이 대표 본인은 그것을 알 수 없다. 개표는 공개되지만, 그 과정의 모든 세부사항이 후보자에게 투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조사해 보니 문제없었다"는 말이 얼마나 깊은 조사였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비유: 서울의 한 구청 직원이 "우리 구청에서는 비리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도, 다른 구청에 비리가 없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자기가 있는 곳이 깨끗했다는 것과, 전체 시스템이 깨끗하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논리 오류 — 사실 판단과 태도 판단의 혼동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났는지의 문제와, 그 일에 대해 당사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의 문제는 다르다. 당사자가 수용했다고 해서 그 일이 없었다는 뜻이 되지는 않는다.
피해자가 가만히 있다고 해서 피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반칙 여부는 반칙을 당한 사람이 아니라, 규칙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교통사고에서 피해자가 합의를 했다고 해서 사고가 없었던 것이 되지는 않는다. 이 대표가 자신의 낙선을 조용히 받아들인 것은 그의 개인적 선택이자 정치적 판단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선택이 "조작이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비유: 심판의 오심으로 불이익을 당한 선수가 "괜찮아요, 다음에 잘 하면 되죠"라고 말했다. 그 선수의 말이 오심이 없었다는 증거가 되는가. 선수의 태도와 오심의 존재 여부는 별개다.
당사자성이 힘을 갖는 경우와 갖지 못하는 경우
당사자의 경험이 증거로서 힘을 갖는 경우가 있다. 직접 겪은 일을 증언하는 것, 자신이 관찰한 구체적 사실을 진술하는 것. 이런 경우 당사자의 말은 중요한 정보가 된다.
그러나 자신이 직접 개입되지 않은 다른 지역, 다른 과정에 대해 "나의 경우를 보라"는 방식으로 전체를 말하려 할 때, 당사자성은 오히려 논리의 범위를 좁힌다. 이 대표의 발언이 그랬다. 자신의 경험은 자신의 경험으로서만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은 진정성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진정성과 논리적 증명력은 다른 것이다. 이 대표에게 필요했던 것은 자신의 경험이 아니라, 의혹이 제기된 지역구들 전체의 데이터였다. 개인의 이야기가 아무리 진실하더라도, 그것이 전체의 증거가 되려면 전체를 대표할 수 있다는 별도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