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9월 초 있었던 일이라고 전해진다. 한 교사가 수업 중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 관련 의혹을 언급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적 발언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윤석열 때문에 어른들은 고통받았다", "윤석열은 범죄자라 정치적 중립과 상관없이 얘기해도 된다", "우리는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윤석열 마누라는 논문 표절했다. 부부가 다 그래, 그래서 같은 곳(감옥)에 가 있다", "여러 모로 윤석열, 김건희가 피해를 끼쳤다" 등의 발언이 그것이다. 이 내용을 전한 학생은 생활기록부에 불이익이 갈까 우려해 직접 문제를 제기하지는 못하겠다고 했다. 사실관계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이 글은 전언에 기대어 출발할 수밖에 없음을 먼저 밝혀둔다.
다만 전해진 발언 내용만 놓고 보아도 짚어야 할 지점이 여럿이다.
여론조사 '조작'이 아니라 '수수'다
명태균 씨 관련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받은 혐의는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했다는 것이 아니라, 무상으로 제공받은 여론조사 결과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 정치자금법 위반(정치자금 수수)이 인정됐다는 것이다. 2026년 7월 13일 1심 재판부는 이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과 추징금 1,396만여 원을 선고했고, 윤 전 대통령 측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부분을 포함해 아직 법적 결론이 나지 않은 쟁송들도 남아 있다.
그런데 교실에서 나온 발언은 이를 이미 확정된 '조작'으로, 그리고 윤 전 대통령을 이미 판결이 끝난 '범죄자'로 단정하고 있다. 1심 유죄 판결이 났다고 해서 항소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측이 그간 자기 진영 인사들의 재판에서는 그토록 목청 높여 외쳐온 원칙이, 상대 진영 인사 앞에서는 편의에 따라 접히는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윤석열로 인해 고통스러웠다는 이들이 있는 만큼, 반대로 스스로 계몽되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같은 논리를 이재명 본인에게는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교사는 공무원이라는 사실
한국의 법은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교원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성인이 되기 전 단계에 있는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가, 정치적 입장의 차이와 무관하게 이성적으로 토론하고 합의하며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태도를 기르는 공간이어야지, 어느 한쪽의 정치적 입장이 일방적 권위로 전달되는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서 비롯한다. 교사의 발언에 후련함을 느낄 학생이 있다면, 반대로 고통을 느낄 학생도 있을 것이고,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학교 밖 시민들 사이에서도 똑같은 편 가르기가 재현될 것이다. 교사의 급여는 세금에서 나오고, 그 세금은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가진 국민만이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 교실에서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순간, 교사는 자신이 공무원 신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이는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배우자를 싸잡아 '마누라'라 칭하고 아직 항소심이 진행 중인 사람을 '범죄자'로 단정하는 식의 언사를, 검증도 반론도 없는 교단에서 미성년 학생들을 상대로 쏟아내는 태도가 과연 학생들 앞에 서는 교사의 격에 어울리는지도 함께 물어야 한다. 진영 논리를 교사라는 권위를 빌려 전달하는 것은 중립 의무 위반이자, 동시에 교육자로서의 품위 문제이기도 하다.
표절 잣대는 왜 한쪽에만 엄격한가
발언 중 유독 균형을 잃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은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을 문제 삼은 부분이다. 김건희 여사의 논문은 오랜 검증 끝에 표절로 판정됐고, 국민대는 석사·박사 학위를 모두 취소했다.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평가는 갈릴 수 있어도, 학위가 취소됐다는 사실 자체는 공식적으로 확정돼 있고 이를 뒤집을 뚜렷한 방법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되짚어볼 지점이 있다. 민주당과 범진보 진영은 공직을 맡은 적도 없는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에는 그토록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수없이 문제 삼아 왔으면서, 정작 자기 진영 인사들의 논문 표절 의혹에는 왜 그렇게 관대한가. 이재명 대통령(가천대 석사논문, 본인이 논문 자체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조국 전 장관(일본 저서를 옮긴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은 석사논문), 그 밖에 박영선·오거돈·김현미·황희·추미애·서영교·안민석·표창원·문대성·정세균 등 여러 인사들의 논문을 둘러싼 표절 의혹 역시 검색 몇 번으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김건희 여사의 사례처럼 대학 차원의 공식 검증을 거쳐 학위 취소까지 이른 경우는 드물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직을 맡지도 않은 이의 표절에는 그토록 엄정한 잣대를 요구하면서, 정작 장관과 당대표, 국무총리까지 지낸, 심지어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이들의 표절 의혹은 공론의 장에 제대로 올라오지도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상하다. 진보를 자처하는 일부 학계·시민사회 인사들이 유독 김건희 여사의 표절에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같은 잣대를 자기 진영에는 들이대지 않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학교가 정쟁의 장이 되지 않으려면
이 사안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공무원인 교사가 미성년 학생들 앞에서 한쪽 진영의 정치적 주장을 사실인 양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정치적 중립 의무의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인지 여부다. 다른 하나는, 그 발언 안에 담긴 '무죄추정은 자기에게만 적용하고, 표절은 상대 진영에만 엄격히 묻는다'는 이중잣대다. 공정함을 요구하려면 자신에게도 같은 잣대를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정의의 언어를 빌린 진영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 글의 교실 발언 부분은 학교와 교사를 특정하지 않은 채 학생 한 명의 전언에 근거해 문제를 제기한 것임을 밝혀둔다. 당사자의 반론이 확인되면 이를 취재해 정정 또는 추가 보도로 반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