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통영시장 선거 재검표가 실시된다. 재검표는 표 차의 크고 작음과 무관하게 후보자에게 보장된 정당한 권리이며, 선거 결과에 대한 이의 제기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 절차의 일부다. 이번 재검표를 앞두고, 낙선한 천영기 전 시장 측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개표록·개표상황표·관외사전투표 집계 자료를 본지가 검토한 결과, 개표 현장 곳곳에서 절차적 허점이 공식 기록으로 명확히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 집계 수치가 행정적으로 앞뒤가 맞는다는 사실은, 그 수치에 이르기까지 봉인이 훼손되고 기록이 정정되고 투표함이 뒤섞였다는 사실을 지워주지 않는다.
봉인지 훼손 3곳, 투표록 부실기재 6곳 — 9개 투표소에서 절차 이상
미수동 제3, 용남면 제3, 욕지면 제2투표소에서는 투표함이 개표소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특수봉인지가 훼손된 채 도착했다. 선관위는 현장에서 사후 확인서를 받는 방식으로 넘어갔지만, 이송 중 봉인이 온전해야 할 투표함이 훼손된 채 도착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관리 실패다.
여기에 더해 무전동 제3, 광도면 제4·제6, 용남면 제1·제2, 산양읍 제4투표소 등 6곳에서는 투표자수·잔여매수가 잘못 기재되거나 일련번호지 봉투의 봉인·간인이 누락된 채 개표장에 도착해 현장에서 뒤늦게 보완됐다. 통영시 전체 9개 투표소에서 봉인 또는 기록 관련 이상이 공식적으로 남아있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교부수와 투표수, 35매의 불일치 — 진짜 문제는 '초과분' 17매다
통영시장 선거 전체에서 교부수(나눠준 투표용지 수)와 투표수(투표함에서 나온 투표지 수)는 정확히 일치하지 않았다. 교부수가 투표수보다 많은 경우(부족분) 18매, 투표수가 교부수보다 많은 경우(초과분) 17매, 합쳐서 35매의 불일치가 공식 집계됐다.
이 중 18매(부족분)는 상대적으로 상식적인 설명이 가능한 범주에 속한다. 관외사전투표에서 발생한 7매는, 유권자가 여러 선거 투표지를 한 봉투에 넣어 우편으로 보내는 관외사전투표의 특성상 회송용 봉투에 시장 투표지를 넣지 않은 경우로 설명된다. 나머지 11매(광도면 5매, 용남면 2매, 미수동 2매, 무전동 1매, 도천동 1매) 역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교부받고도 투표함에 넣지 않고 나간 경우로 추정할 수 있다. 용지를 받았는데 최종적으로 함에서 나오지 않은 경우는, 그 행방의 경로가 상상 가능한 범주 안에 있다.
문제는 오히려 17매(초과분)다. 이는 '교부 기록에는 없는 표가 투표함에서 더 나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표상황표는 이를 '잘못 투입 구분된 투표지'라는 별도 항목으로 명명해, 유권자가 시장 선거 투표지를 도지사·시의원 등 다른 선거함에 착각해 넣었다가 개표 과정에서 발견되어 정당하게 산입된 표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설명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전투표는 여러 선거 용지를 한 번에 받아 하나의 함에 넣는 구조이고, 본투표 역시 투표소별로 함이 분리돼 있어 유권자가 동선상 함을 착각하기는 쉽지 않다. 즉 17매는 유권자가 투표소에서 함을 잘못 골랐다기보다, 투표함이 개표소로 옮겨진 뒤 개표대 위에서 이뤄지는 1차 손분류 과정에서 개표사무원이 다른 선거 표 더미에 잘못 분류했다가 뒤늦게 발견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이는 뒤에서 살펴볼 '타 선거 표의 분류기 혼입' 사례(광도면·통영시가·나에서 확인된 약 9~10매)와 방향만 반대인 같은 성격의 실수로 추정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그 9~10매는 어느 투표소·어느 함에서 나왔는지 위치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는 반면, 17매 자체는 단일 합계 항목으로만 기재되어 있어 정확히 몇 매가 어느 투표소에서 나왔는지 1대1로 추적할 근거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잘못 투입 구분된 투표지'라는 이름은 이미 "타 선거함에 잘못 들어갔다가 발견된 정당한 표"라는 결론을 전제하고 붙여진 것이지만, 정작 그 17매 하나하나가 실제로 어디서 왔는지를 증명하는 자료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이름이 붙어 있다는 것과, 그 이름에 부합하는 출처가 문서상 실제로 특정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펜으로 고쳐 쓴 개표상황표, 정정 날인은 없었다
명정동(관내사전), 무전동(선거일), 미수동(선거일) 개표상황표에서는 심사집계부 수치가 펜으로 직접 정정됐다. 정정한 사람의 이름은 적혀 있지만, 정당한 권한자의 정정인(도장) 날인도, 구체적인 정정 사유도 기재되어 있지 않다. 공문서 정정의 기본 요건조차 갖추지 않은 채 숫자가 바뀐 것이다.
다른 선거 투표지 혼입, 관외사전투표지 오투입으로 4표 기권 처리
광도면 관내사전투표함에서는 시장 선거 투표지 사이에 도지사·도의원 선거 투표지 5매가 섞여 있었고, 통영시가·나 관외사전투표함에서도 각 2매씩 다른 선거 투표지가 혼입됐다. 개표상황표를 보면 시장선거 투표지분류기에도 도지사·도의원 표가 10여 장 섞여 투입된 기록이 있는데, 이는 개표대에서 1차 손분류 단계를 거치지 못하고 그대로 기계에 넘어간 개표사무원의 분류 실수로 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17매(잘못 투입 구분된 시장 투표지) 역시 방향만 반대일 뿐 같은 성격의 현상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통영시 개표 현장의 1차 손분류 단계 전반이 촘촘하지 못했다는 정황이 거듭 확인된다. 다행히 기계 분류 및 2차 심사집계부(육안 점검) 단계에서 걸러져 최종 득표수 오차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애초에 손분류 단계의 허술함을 보여주는 기록이라는 사실은 남는다.
여기에 더해 중앙동, 광도면, 미수동의 관내사전투표함에서는 관외사전투표지 또는 그 회송용 봉투가 잘못 들어가 있는 것이 발견돼 선관위가 이를 사후적으로 총 4표 기권 처리했다. 서로 다른 투표함·투표지가 뒤섞이는 일이 한두 곳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반복됐다는 것은, 현장 분류 관리가 애초에 촘촘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개표 마감 직후부터 이미 재검표가 필요했다
개표 마감 직후인 6월 4일 새벽 4시 43분, 국민의힘 측 요구로 선관위 위원회의를 거쳐 유효표 심사계수기 재확인과 육안 재검표가 실제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미수동 1표의 기표 불분명 여부를 두고 이의가 제기됐고, 선관위원 8명 전원 표결로 무효표로 확정됐다. 개표가 끝나는 그 순간부터 이미 한 차례 재검표에 준하는 절차가 필요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번 개표 관리가 얼마나 흔들렸는지를 보여준다.
거소·관외사전투표는 수치상 정합성 확보
거소투표는 발급 275매 중 254표가 접수돼 21표 차이가 발생했으나, 이는 우편 미회송·지연 도착에 따른 통상적인 기권 범위로 설명된다. 관외사전투표는 발급 8,040명 중 우체국 접수 8,039통에 관내함 오투입 사후 기권 1통을 더하면 8,040명으로 맞아떨어져, 이 두 항목은 수치적으로는 이상이 없다.
절차의 구멍은 숫자로 덮이지 않는다
봉인 훼손 3건, 기록 미비 6건, 출처가 특정되지 않는 초과분 17매, 정정 날인 누락, 투표지 혼입과 오투입까지—이 모든 사실은 선관위 스스로가 작성한 공식 문서에 이미 기록되어 있다. 최종 집계가 맞아떨어진다는 것이 이 절차들이 온전했다는 뜻은 아니다. 내일 열리는 재검표는 이 기록들이, 특히 이름만 붙어 있고 출처가 확인되지 않는 17매가 어떻게 설명되고 보완될 것인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어야 하며, 유권자는 그럴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