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설] 계수는 검표가 아니다
    • 선관위는 법정 가기 전에 정당한 재검표로 답해야 한다

    • 6·3 지방선거에서 통영시장 당선이 44표 차로 판가름났다. 그 결과를 둘러싼 의문은 선거가 끝난 지 보름이 넘도록 가시지 않고 있는데, 통영시선거관리위원회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개표 당일 이미 검표가 이루어졌다고 여기는 것 같다. 본지가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이유도 바로 그 판단이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개표 당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다시 짚어보자. 투표지 분류기가 판정하지 못해 걸러낸 미분류 표가 약 2,300표 발생했다. 이를 수작업으로 한 장씩 확인한 결과 약 240표가 천영기 후보의 유효표로 추가 확인됐고, 당초 283표였던 격차는 44표로 줄었다. 여기까지는 분명히 기록된 사실이다.

      이 사안을 더욱 민감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사전투표 첫날, 강석주 후보 캠프에서 활동해온 전직 도의원이 무전동의 한 식당에서 동석한 이에게 현금을 건네다 현장에서 적발됐다. 당시 식사 자리에 함께한 인원은 25명 내외였다고 한다. 44표와 25명. 이 두 숫자가 묘하게 겹친다는 사실을 외면하기 어렵다. 돈봉투 사건의 진상은 수사와 사법의 판단을 기다려야 할 문제다. 그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재검표는 다르다. 투표지는 이미 봉인돼 있고, 절차는 정해져 있다. 시간을 끌어야 할 이유가 없다. 돈봉투 사건의 그늘이 짙을수록, 재검표를 서두를 이유는 오히려 더 커진다.그런데 그 수작업의 성격이 문제다. 미분류 표를 다시 살펴본 것은 표의 유효성을 판정하는 검표였다. 그러나 기계가 유효표로 분류한 나머지 표들에 대해서는 한 장씩 육안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계수기로 묶음의 수량이 맞는지 확인하는 데 그쳤다. 계수는 수량 확인이다. 검표는 유효성 확인이다. 이 둘은 다른 절차다. 계수기가 통과하는 속도에 맞춰 찍힌 자리를 실수 없이 확인하는 것조차 만만찮은 일인데, 표 자체의 유효성을 그 과정에서 가려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선관위가 그날 계수를 했다고 해서 검표를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미분류 표 약 2,300표 가운데 10% 이상이 한쪽으로 추가 확인됐다는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가. 분류기의 판정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준 것이다. 기계가 유효표로 분류한 나머지 표들 속에도 같은 문제가 없다고 어떻게 단언할 수 있는가. 미분류 표만 걸러낸 것으로 개표의 무결성이 확보됐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전체 유효표에 대해 기계 재분류 후 한 장씩 육안으로 확인하는 전면적인 수개표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선관위가 "이미 검표했다"는 논리로 재검표 요구를 막는다면, 그 논리의 근거를 공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계수와 검표를 같은 절차로 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기계 분류 결과를 전면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를 시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그 설명 없이 "이미 했다"는 한 마디로 재검표 요구를 막는 것은 절차의 완결이 아니라 의혹의 봉인이다.

      재검표를 요구하는 쪽이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44표라는 격차 앞에서 재검표를 요구하는 것은 결과를 부정하는 행위가 아니다. 결과가 흔들림 없이 서도록 기반을 다지자는 것이다. 재검표로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면 당선인의 정당성은 더욱 공고해진다. 반대로 결과가 달라진다면 그것이 진짜 민의다. 어느 쪽이든 재검표는 민주주의에 이롭다.

      사안이 법정으로 넘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선거소송은 길고 소모적이다. 당선인은 소송이 진행되는 내내 정당성 시비에 시달릴 것이고, 통영 시정은 그 기간 동안 불확실성의 그늘 아래 놓이게 된다. 선관위가 지금 정당한 재검표를 진행한다면 그 소모를 줄일 수 있다. 법정에서 강제로 끌려가는 재검표와, 선관위가 스스로 나서는 재검표는 그 의미가 전혀 다르다. 전자는 패배이고, 후자는 신뢰다.

      44표 차 선거에서 계수를 검표로 간주하는 논리가 이번에 통용된다면, 그것은 통영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어느 선거에서든 근소한 차이의 결과가 나올 때 같은 논리가 되풀이될 수 있다. 전례가 없는 이 논리가 이번 사안을 통해 전례로 굳어지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 선관위의 모르쇠가 그대로 굳어지도록 두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통영시선거관리위원회에 묻는다. 그날 이루어진 것이 계수인가, 검표인가. 계수와 검표가 같은 절차라고 본다면 그 근거를 제시하라. 44표 차 선거에서 전면적인 수개표 없이 개표의 무결성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를 시민 앞에 설명하라. 그리고 사안이 법정으로 가기 전에, 선관위 스스로 정당한 재검표를 진행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선거의 공정성을 지키는 것은 선관위의 권한이기 이전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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