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9일 사전투표 첫날, 통영시 무전동의 한 식당에서 강석주 통영시장 후보(당시) 캠프에서 활동해온 전직 도의원이 현금을 건네다 시민 신고로 적발되는 일이 있었다(본지 5월 29일자 보도). 이른바 '돈봉투 사건'이다. 이 사건이 선거 이틀 전 후보 간 정면충돌로 번지고, 그 충돌 과정에서 나온 3자 고발이 당선 이후 조용히 취하되기까지의 경위를 본지가 확인했다.
강석주 통영시장이 6·3 지방선거 당시 제기했던 통영시 선관위 직원·한산신문 상대 고발을 모두 취하했다는 사실이 본지 확인으로 드러났다. 강 시장 측은 이를 "통합과 포용의 시정 철학"이라는 명분으로 설명했다. 다만 고발이 이뤄진 시점과 취하된 시점, 그리고 그 사이의 간격을 순서대로 놓고 보면, 이 설명만으로는 석연치 않은 지점들이 남는다.
고발의 타이밍
강 시장이 3자 고발을 공개한 시점은 6·3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6월 1일, 천영기 후보가 '식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연 지 불과 30분 뒤였다(본지 6월 1일자 보도). 천 후보 본인에 대한 고발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 사건을 취재·보도한 한산신문과 현장에 있던 선관위 직원까지 함께 고발 대상에 오른 점은 이례적이었다. 본지가 당시 보도에서 짚었듯,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책임지는 기관의 직원을 후보 측이 직접 형사 고발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드문 일이었다.
의혹이 제기된 지 30분 만에, 상대 후보뿐 아니라 이를 보도한 언론사와 현장에 있었던 선관위 직원까지 포함한 '3자 고발'을 한꺼번에 준비해 발표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사전에 상당한 법률 검토가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취하의 타이밍
그런데 이렇게 신속하고 준비된 고발이, 한산신문 건의 경우 강 시장 표현대로라면 "선거 직후인 6월 초... 즉시" 취하됐다. 본지가 통영경찰서에 확인한 바로는 이 사건은 6월 1일 접수돼 6월 20일 종결됐고, 한산신문 측은 애초에 경찰로부터 고발 접수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는 고발이 실제 수사로 무겁게 이어지기보다, 접수 직후 신속하게 정리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황이다.
선관위 직원 관련 고발은 이보다 늦게, "민선 9기 시정 출범과 함께" 취하됐다고 한다. 즉 당선이 확정되고 시정이 시작된 이후에야 정리된 것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 타이밍의 대비는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선거를 이틀 앞두고 상대 후보와 이를 보도한 언론, 현장의 선관위 직원까지 형사 고발한 행위가, 실제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렇게 신속하게, 그것도 당선이 확정된 뒤에야 순서대로 정리될 이유가 있었을까. 반대로 이 고발들이 애초에 선거 국면에서 상대측의 의혹 제기를 맞받아치고 언론 보도의 신뢰도를 흔드는 효과를 노린 것이었다면, 당선 이후 그 효용이 다한 시점에 조용히 정리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수순이 된다.
만약 이 후자의 가정이 사실이라면, 이건 단순히 정치적 수사의 문제로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형사 고발은 국가의 수사력을 동원하는 행위다. 선거 국면에서의 유불리를 계산해 이를 방어 수단으로 동원하고, 그 목적이 달성된 뒤 조용히 거두어들이는 일이 실제로 있었다면, 이는 수사기관의 자원을 사적·정치적 목적에 동원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그 대상에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책임지는 선관위 직원과, 이를 보도한 언론사가 포함돼 있었다는 점은 문제의 무게를 더한다. 공직자와 언론이 특정 정치 세력의 형사 고발 위협 앞에 노출된 전례가 남는다면, 다음 선거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정황에 근거한 질문이다. 강 시장 측이 밝힌 대로 실제로 선거 과정의 법적 대응이 불가피했고, 당선 이후 통합의 정치를 위해 이를 접었다는 설명도 그 자체로는 성립할 수 있다. 다만 그 설명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애초에 고발할 만큼 확신했던 혐의가 불과 몇 주 사이에 "통합을 위해 접을 수 있는" 수준의 사안으로 바뀐 이유도 함께 설명돼야 한다. 특히 한산신문 고발처럼 접수 직후 신속하게 취하된 경우, "엄중한 법적 판단에 따라 고발했다"는 최초 설명과 "즉시 취하했다"는 이후 설명 사이의 간극은 더 크게 느껴진다.
언론에 대한 고발이라는 문제
이 중에서도 언론사(한산신문)에 대한 고발은 별도로 짚을 필요가 있다. 보도 내용의 정확성을 다투는 것은 정당한 권리이지만, 선거 이틀 전이라는 시점에 상대 후보를 향한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형사 고발하는 행위는, 설령 그 고발이 이후 취하되더라도 해당 언론사와 다른 언론에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를 남길 수 있다. 실제 유죄 판단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고발 자체가 언론 보도에 미치는 심리적 부담은 그와 별개로 존재한다. 이런 방식의 대응이 반복될 경우, 지역 언론이 선거 국면에서 민감한 의혹을 보도하는 데 주저하게 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정리하면
강석주 시장 측의 설명은 "통합과 포용"이라는 아름다운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고발이 제기된 타이밍(선거 이틀 전, 의혹 제기 30분 뒤)과 취하된 타이밍(당선 확정 이후, 그것도 사안별로 시차를 두고)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 고발들이 애초에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선거 국면에서의 정치적 방어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명분만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본지는 이 부분에 대한 강 시장 측의 추가 설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