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훈 화가의 작품 세계에 대한 단상: 삶의 다채로운 표정을 담은 유쾌한 시선
    • 김광훈 화가는 올해 72세의 원로 작가이다. 젊은 시절 통영의 풍경에 이끌려 정착한 뒤, 지금까지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또 작품 활동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 그의 그림을 보면, 세상의 변화나 유행 같은 건 아예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내가 그리고 싶은 걸,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그린다’는 단단한 고집이 느껴진다. 그 자유롭고 확고한 태도가 그림에 독특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듯하다.

      김광훈 화가는 맑고 경쾌한 색채를 추구한다고 한다. 그는 원색과 보색을 자유롭게 사용하여 화면에 활력과 생동감을 부여하며, 이는 보는 이에게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듯하다. 그의 작품 속 인물과 사물들은 명확한 윤곽선과 단순화된 형태로 표현되어 친근하고 때로는 해학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는 길창덕 작가의 만화 캐릭터, 낙서, 고대 벽화, 그리고 통영의 바다 등 일상적이면서도 다채로운 소재들을 작품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소재들은 그의 독특한 시선을 통해 새롭게 재해석되어 단순한 그림을 넘어선 이야기와 감정을 담아내는 것 같다. 특히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과 동물의 표정은 압권이다.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 사랑, 미움, 두려움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감정들을 각기 다른 표정으로 생생하게 담아내며,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공감과 함께 은은한 미소를 짓게 한다.

      김광훈 화가는 삶의 다양한 양태들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화폭에 담아낸다. 그의 그림에서는 판자촌의 힘겨운 삶조차 '그때도 좋았지' 하며 회고하게 만드는 따뜻한 시선과 은근한 유머가 느껴진다. 예를 들어, 한 작품에서는 낡은 의자에 기대어 무료한 듯 앉아있는 인물의 모습이 그려져 있지만, 그 주변을 둘러싼 다양한 표정의 얼굴들과 낙서 같은 요소들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삶의 끈을 놓지 않는 강한 의지와 익살스러움을 동시에 보여주는 듯하다. 이는 아마도 작가가 삶의 고난을 대하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태도를 반영하며, 보는 이에게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

      작품 구성이 독특할 때도 많다. 마치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컷처럼 화면이 잘게 나뉘어 있고, 그 안에 표정과 몸짓, 상황들이 하나씩 담겨 있다. 각각의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흐름을 이루는 방식. 그래서 그림을 ‘읽는다’고 표현하고 싶어진다. 이러한 구성 방식은 전통적인 회화의 틀을 벗어난 작가의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실험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건 그 안에 배어 있는 명랑함이다. 어떤 상황을 그리든, 그림 속에는 늘 유쾌함과 장난기, 그리고 이유 모를 희망이 깃들어 있다. 절망을 그리면서도 ‘이제 곧 해가 뜨겠지’라는 뉘앙스가 있다. 그건 현실을 무작정 미화하는 게 아니라, 어떤 순간에도 삶의 밝은 쪽을 놓지 않으려는 작가의 깊은 통찰이 아닐까 싶다.

      그의 그림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너무나 꾸밈없고 순수하게 세상을 바라보던 그 시절로. 그림을 보고 있으면 괜히 미소가 나고, 마음이 맑아지는 걸 느낀다.

      그림이란 게 원래 그렇지 않나. 누구나 자기 경험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또 느끼는 것. 나에게 김광훈 화가의 작품은 맑고 따뜻하고, 그리고 굉장히 사람 냄새 나는 그림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긍정의 기운이 그림 속에 스며 있다.

      그림을 다 보고 나면, 어느새 내 마음 어딘가가 정화된 것처럼 맑아진다.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그냥 ‘좋은 그림’이다.


    Copyrights ⓒ 충무신문 & www.cmnew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확대 l 축소 l 기사목록 l 프린트 l 스크랩하기
충무신문로고

대표자명 : 유석권 | 상호 : 충무신문 | 주소 : 경남 통영시 한실6길 7 신우한솔아파트 706호
사업자등록번호: 121-51-01685
신문등록번호: 경남, 아02670 | 신문등록일자 : 2025.02.18 | 발행인 : 유석권, 편집인 : 유석권,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석권
전화번호 : 01082518392 | 이메일 : ysk93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