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를 둘러싼 논란은 2023년 8월을 기점으로 다시 한 번 거센 파문을 일으켰다. 약 134만 톤에 이르는 처리수가 향후 30년에 걸쳐 바다로 방류된다는 소식에 한국과 태평양 연안 국가들에서는 즉각적인 반대가 뒤따랐다. 방류수는 ‘생오염수’가 아닌 정화 과정을 거친 ‘처리수’임에도, 불안과 공포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반대의 논리는 대체로 이렇다. 처리수가 쿠로시오 난류를 따라 태평양을 순환해 한국 해역으로 돌아오는 데 4~10년이 걸리는데, 그때 가서야 위험 여부가 드러날 수 있으며, 만약 문제가 확인되면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논리는 듣기에 신중해 보이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혹은 무심코 비켜 간다. 우리는 이미 그보다 훨씬 가혹한 조건의 ‘실험 결과’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점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약 50만~80만 톤에 달하는 생오염수가 아무런 정화 과정 없이 그대로 바다로 유출되었다. 이 생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의 총량은, 2023년 이후 30년에 걸쳐 방류될 처리수 전체에 담긴 방사성 물질의 양보다 약 1,000배 많았다는 것이 과학계의 공통된 평가다. 중요한 것은 시점이다. 2023년 방류 계획이 발표될 당시, 이 유출수들이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4~10년의 시간은 이미 훌쩍 지나 있었다.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우리 해역을 포함해 태평양 연안 어디에서도 허용 기준치를 넘는 방사능 수치는 검출되지 않았다. 사고 직후부터 장기간 이어진 관측과 조사는, 고농도의 생오염수가 대량으로 유출된 이후에도 유의미한 환경 변화가 없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미 그보다 1,000배 적은 방사성 물질을, 그것도 정화와 희석을 거쳐 30년에 나누어 방출하는 경우의 결과는 굳이 또 다른 10년을 기다려야만 알 수 있는 미지의 영역이었을까.
과학은 가정이 아니라 관측과 축적된 결과로 말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미 충분히 쌓여 있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는 말만을 반복하는 것은 신중함이라기보다, 확인된 사실을 외면한 채 불안을 연장하는 태도에 가깝다. 그 불안은 바다보다 먼저 사람들의 생계를 흔들고, 특히 수산업 종사자들에게는 실질적인 상처로 돌아왔다.
걱정하는 마음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포가 과학을 대신할 때, 우리는 현실을 더 정확히 보지 못한다. 하늘이 무너질까 고개를 들고 서 있기보다, 이미 발밑에 놓인 기록과 숫자를 차분히 살펴보는 일. 그것이야말로 불안의 시대에 필요한 태도일 것이다. 과학이 이미 답을 내놓았음에도, 질문만을 되풀이하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이제는 조용히 되묻지 않을 수 없다.